
"사모펀드는 뼈다귀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박살 내는 하이에나입니다.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모펀드는 규제해야 합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사무국장은 10일 국회도서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홈플러스TF 긴급토론회'에서 첫 사례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차입매수 방식을 통한 인수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사무국장은 "MBK 경영 실패는 투기적 자본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다. 노동자의 삶과 지역사회 경제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며 "마트 노조는 홈플러스 공동대책위원회와 5월 1일 총파업에 준하는 국민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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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식 차입매수(LBO) 인수 후 유사한 위기에 처한 기업은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두 번째 사례 발표를 맡은 심복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딜라이브 지부 정책부장은 “기술은 발전했지만, 딜라이브는 제자리걸음”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 배경에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LBO 방식 인수가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맥커리와 MBK파트너스는 CNM(현 딜라이브)을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약 2조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절반 이상(1조560억 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그 결과 회사는 매년 수천억 원의 이자를 갚는 데 허덕였고, 인건비 절감·구조조정·외주화 등 노동자 희생이 강요됐다. 심 정책부장은 “이로 인해 회사 가치가 훼손되고, 서비스 품질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가입자 240만 명을 넘던 딜라이브는 현재 19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기술 투자 부재로 1995년 장비를 아직도 사용하는 실정이다.
국민 생활용품 브랜드였던 락앤락도 마찬가지다. 손세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락앤락 지회장은 “사모펀드는 단지 노동자만이 아닌, 국민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구조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락앤락은 2017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역시 LBO 방식이었다. 이후 중국·베트남·국내 공장을 매각하며 자산을 처분했고, 본업 경쟁력은 약화됐다. 주가는 한때 3만 원대에서 6000원 수준까지 폭락했고, 대규모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가 이어졌다.
더 나아가 락앤락은 상장 폐지 절차에 돌입하며 소액주주들과 법적 다툼까지 겪고 있다. 그는 “이제는 폐기물, 의료세탁, 운송 등 전방위 산업에 사모펀드가 침투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피해자는 대한민국 전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LBO 구조가 기업 경영의 건전성과 노동자 권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과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사모펀드의 대표적 사례로 MBK파트너스를 언급하며, 이 같은 인수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투자 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무상으로 보증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합병 후 그 자산으로 인수자 부채를 상환하는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며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 변호사 또한 “LBO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이 단기 수익성만 볼 것이 아니라, 인수 이후 기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과 채무 상환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시장 중심의 규율과 실질적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