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체크카드 발급하는데 대기만 세 시간” [블루오션 외국인금융]

입력 2025-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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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4-09 18:3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3월 16일 일요일 오전 11시께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의 모습. 센터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다음 가게 앞까지 이어졌다.  (유하영 기자 haha@)
▲3월 16일 일요일 오전 11시께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의 모습. 센터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다음 가게 앞까지 이어졌다. (유하영 기자 haha@)

”어느 국가에서 왔어요? 미얀마? 체크카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웨이트(Wait).”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직원이 은행에서 나와 대기 줄 맨 끝에 있는 외국인 A 씨를 향해 말했다. A 씨보다 먼저 도착해 같은 줄에 선 지 1시간 만이었다. ‘이제 줄이 빨리 줄어드려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꼬박 1시간을 더 기다리고서야 은행 점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번호표를 뽑은 후엔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지난달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는 올해로 문을 연 지 22년이 됐다. 국내 은행이 운영 중인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중 가장 오래됐다. ‘일요 영업점’이라 불리는 이곳은 평일 근무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없는 외국인을 위해 휴일에도 문을 여는 탄력점포다. 평일에는 일반 영업점으로 운영하다 일요일에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 및 상품가입 등 수신, 송금, 환전, 제신고, 체크카드 발급, 전자금융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일요일 오전이었지만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 앞은 이미 외국인들로 붐볐다. 입구부터 시작된 줄은 센터를 지나 옆에 있는 가게 앞까지 늘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서 일까. 그러나 미얀마 국적의 쨔우(32·가명)는 “오늘은 평소보다 줄이 빠르게 줄어드는 편"이라고 했다. 센터를 찾은 지 이번이 다섯 번째라는 그는 늘 2~3시간 정도 기다려서 업무를 본다고 했다. 이날 '오픈런'(오전 10시 영업 개시)에 성공한 외국인은 오전 5시 30분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이러한 '무한 대기' 현상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만 해도 외국인센터 한 곳에서 그동안 늘어난 외국인들의 금융 업무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22년부터 단원구의 15세 이상 등록외국인 수는 매년 1000명 이상씩 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외국인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법, 체크카드 발급용 서류 작성법 등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우즈베크어, 미얀마어 등 외국어가 능통한 계약직 직원 7명이 1층과 2층을 가득 메운 외국인 고객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고갔다. 일요일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약 두 시간 줄을 선 끝에 들어간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 1층에는 외국인 고객이 20명가량 대기 중이었다. 고객들 사이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계약직 직원 7명이 은행 애플리케이션 이용법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유하영 기자 haha@)
▲약 두 시간 줄을 선 끝에 들어간 하나은행 원곡동외국인센터 1층에는 외국인 고객이 20명가량 대기 중이었다. 고객들 사이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계약직 직원 7명이 은행 애플리케이션 이용법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유하영 기자 haha@)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는 올 3월 기준 총 35곳이 있다. 하나은행이 16곳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8곳), 우리은행(5곳), 전북은행(3곳), IBK기업은행(1곳), 신한은행(1곳), 광주은행(1곳) 순이다.

하나은행은 특화점포 직원 수도 가장 많고 오래 운영해 온 만큼 다른 은행에 비해 노하우가 있는 편이다. 비슷한 수준의 외국인 고객 수요가 있는 다른 은행 지점에서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A 은행이 운영 중인 일요영업점 한 곳에는 영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 두 명이 대기 고객 등을 전부 관리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3만 명 넘게 있는 지역에서 일요일에 문을 여는 유일한 A 은행이라 수요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2년 말 기준 22만296명에서 지난해 말 28만4550명으로 2년 새 6만4254명(29.2%) 늘었다. 같은 기간 추가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는 전북은행 2곳(동대문외국인금융센터, 전주 따뜻한금융클리닉전주센터)과 올해 신설된 광주은행 외국인금융센터와 신한은행 김해외국인중심영업점 등 4곳뿐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하다. 은행권 특화점포의 위치는 서울(7)ㆍ경기도(18)ㆍ인천(1) 등 수도권이 26곳으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비수도권은 경상남도 4곳, 광주광역시 2곳, 대구광역시 1곳, 충청남도 1곳, 전라북도 1곳에 그친다. 부산ㆍ대전ㆍ울산광역시ㆍ세종특별자치시ㆍ강원도ㆍ충청북도ㆍ전라남도ㆍ경상북도 등은 2022~2024년 외국인 체류자 수가 23.6~88.6%까지 증가했지만, 해당 지역에는 특화점포가 없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특화점포가 적극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쨔우는 “올 때마다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 거면 근처에 (일요 영업점이) 한 곳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 40분가량 기다리다 결국 포기한 탄자니아인 피어리(40)도 “직원 수를 늘리거나 대기 관련 안내가 더 자주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외국인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은행은 국가별 현지인 직원을 배치한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 ‘글로벌 데스크’를 전국 8개 영업점에서 운영 중이다. 경남은행은 기존 울산영업부와 명곡지점에 외국인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고, 특화점포 개점도 고려 중이다.

부산은행과 NH농협은행 측은 연내 외국인 특화 창구를 마련하면 부산ㆍ울산ㆍ경남ㆍ제주 등 일부 지역의 외국인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은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등 외국인 고객 편의 제공 범위를 점차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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