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2년 만의 1000원 돌파
강달러에 달러예금 37억 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환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불과 일주일 만에 500억 엔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7일 기준 8701억 엔으로 3월 말(9266억 엔) 대비 일주일 새 565억 엔(약 5650억 원) 감소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482억 엔 감소했다.
엔화가 고점을 향하자 지난해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보다 9.53원 하락한 100엔당 998.68원(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앞서 7일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008.21원을 기록했다. 100엔당 1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해 상반기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대로 하락하자 엔화예금 잔액은 같은 해 6월 말 역대 최대인 1조2929억 엔까지 증가했다. 올해 1월 말 1조693억 엔까지 17개월 연속 1조 엔을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엔화예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2월 엔화예금이 9090억 엔으로 감소하며 2023년 8월(9950억 엔) 이후 처음으로 월말 기준 1조 엔을 밑돈데 이어 9000억 엔 선마저 무너졌다.
달러예금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일 기준 578억7128만 달러(약 85조4580억 원)로 한 달 전(615억3249만 달러)보다 36억6000만 달러 줄었다. 1월(635억2915만 달러)과 비교하면 57억 달러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달러예금은 3월 초 615억3249만 달러까지 반등했지만, 관세 이슈가 불거진 3월 중순 이후 다시 빠르게 줄었다.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오르자 이익을 봤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환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473.2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5.4원 오른 수치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다.
당분간 원화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추가 관세 위협 등 글로벌 무역 전쟁 확전 조짐이 달러 강세를 자극한 가운데 증시 조정 등 위험 회피 분위기가 이어지며 원화 자산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레벨 부담에 따른 달러 매도 유인과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가 상단을 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외화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50조1241억 원으로 전월 말(625조1471억 원)보다 24조9770억 원 급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