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분석
수출 충격에 하락장 장기화 우려
"외국인 복귀·반도체 부활 기대감
위기 넘기면 빠르게 회복" 전망도

7일 국내 증시가 5% 넘게 곤두박질 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과 ‘S(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대(對)미국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경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못지않은 대폭락 장에 직면한 가운데 ‘관세 폭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하락장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증시 폭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시키고 코로나 19 팬데믹 때보다 충격파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 증시는 지난주 말(현지시간 4일) 뉴욕 증시가 연이틀 대폭락한 영향으로 하락장이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맞서 중국이 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하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5% 넘게 급락했다. 전날까지 포함한 주요 지수 누적 낙폭이 9~11%였고,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9600조 원에 달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트럼프 정부의 폭탄관세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투자심리 악화가 지속하면서 4월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시장에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상 이러한 흐름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현재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9일,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이번주는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향후 미국과 타국 간의 무역 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월 최대고비를 넘기면 빠르게 증시가 회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에도 불구, 트럼프발 상호관세 여진으로 고조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4월이 가장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후 외국인 유입,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을 고려하면 2분기 후반 이후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예상할 수 없고 함부로 예단해서도 안된다. 현재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저평가 정도는 더 깊어질 수도 있고 증시가 상당히 밀렸지만, 회복도 빠를 것”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모든 종목이나 주가가 다같이 많이 밀려 있어 상당히 저평가된 가격까지 내려간 것 같다. 여기서 더 밀리더라도 복원력은 상당히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가 과거 위기 때만큼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이종형 센터장은 “과거 위기(금융위기, 판데믹, 무역분쟁 등)처럼 고점 대비 30%대 내외의 주가 조정(현재 코스피는 직전 고점대비 약 22% 하락)을 받을 확률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심리 지표나 밸류에이션 상으로 과매도권에 진입했으며, 미국 내 여론 악화로 트럼프의 전략 선회 가능성도 열려 있는 등 부정적인 상황을 환기시킬 재료들이 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은 무역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겠지만 주 중반 이후에는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이후 주식시장은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