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간 단기 경제 충격·극심한 국론 분열 낳아
계엄 후 코스피 연중 최저·환율 최고치 급등
여야 대화 단절, 여론 분열 향후 정권 숙제로 남아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서 123일간의 긴 여정에 마침표가 찍혔다.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12월 14일 이후 부터는 111일이 지났다. 약 4달 간의 ‘비상국면’ 동안 일부 시민들은 탄핵 찬반집회 장소를 찾아 상대 진영에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비상계엄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경제 충격과 극심한 국론 분열이 남았다. 수반이 부재한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비상계엄 국면을 타개하는 데 모든 자원을 쏟은 국회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비상계엄 이후 경제 회복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자라난 대립의 싹은 향후 정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윤 전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 나선 지 4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기자들 사이 ‘대통령이 예산 관련 담화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돈 지 몇 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밤 늦은 시간 대통령의 이례적인 담화에 의아해하던 기자들은 이내 일제히 국회 앞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회와 정치활동 금지, 언론 자유 제한 등 포고령을 발표했다.
계엄군은 곧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다. 약 1시간여 후에는 헬기로 국회에 투입됐다. 국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일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연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약 2시간 30여분 만의 조치였다. 결의안은 재적 의원 190명 전원이 찬성했다. 윤 대통령은 약 6시간 만인 새벽 4시 30분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국회는 약 10일 만인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헌재는 약 2달 간의 탄핵 심판 변론을 통해 탄핵 심판 변론을 마무리했고 이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비상 계엄 선포는 국내 증시와 경제에 단기적 충격을 낳았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12월 9일 2360.58로 연중 최저치까지 내렸다. 이후 반등이 이뤄지긴 했으나 재차 2400대까지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며 증시 하락을 가속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 1486.7원까지 급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최근 1470원대를 재차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최근 1.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디스는 정치적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소비 심리지수도 급락한 후 비상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소상공인 약 80%가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향후 정권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국회는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에 대화가 단절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일상적인 대화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낮에는 다퉈도 밤에는 웃는다’는 여의도 정치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분위기로, 경제적 현안을 풀기 위해 필요한 대화와 타협의 정신에 금이 가면서 민주주의 위기와 공동체 붕괴의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부재한 사이 여야간 국민연금 개혁 합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시민들 간에도 여론 분열이 극도에 달했다. 계엄령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극단화된 모습이다. 의견 차이에서 나아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대규모 찬반 집회가 열렸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에 대해 ‘분노’보다 '역겨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