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8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73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했다.
대부분의 법정은 무겁고 때로는 우울하다. 수형 번호를 가슴에 달고 법정에 선 재판의 당사자는 재판장에게 사죄를 빌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손을 싹싹 빌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진심이 담긴 후회일 수도 있고 죄를 면하려는 모습일 수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모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해자의 아픔이나 가해자의 호소를 듣고 있으면 제3자라도 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법정은 숨소리 한 번 크게 낼 수 없는 엄숙함이 감도는 장소로 기억된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기존에 알던 법정의 모습과는 달랐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과 그 대리인은 눈을 감고 간간이 조는 모습을 보였다. 옆자리에 있는 법률 대리인과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졸음과 웃음은 어쩌면 극심한 긴장 속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쩌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그 자리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법정은 무거운 곳이다. 그곳에서는 누구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무게를 인식해야 한다. 특히 국가 최고 지도자라면 그 무게를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 측은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느냐 반문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의 밤은 국민 모두에게 공황이었다. 그 후유증은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일상의 모든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탄핵심판 중 목격한 대통령의 모습은 단순한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위와 책임감에 관한 질문을 하게 했다.
이제 결론만 남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보인 대통령의 태도나 품위는 국민들의 또 다른 판단을 저울에 올려놓게 했다. 법정에서 보이는 당사자와 대리인단의 태도는 법치에 대한 존중을 비추는 또다른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