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올려도 팔릴 듯" 토허제 해제에 잠실·대치 눈치게임 ‘치열’… 과열 우려도[가보니]

입력 2025-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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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경.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19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경.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준 신축 대단지에서 ‘부르는 게 값’인 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주일 전 서울시가 2020년 이후 5년 동안 이어오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을 일부 해제하며 가격 상승 기대가 부푼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찾은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 벽엔 신규 매물을 알리는 종이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잠실 대표 대단지로 꼽히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집주인들이 토허제 해제 소식에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앞다퉈 집을 내놔서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A 공인중개사는 “매물을 거둬갔다가 닷새 넘도록 가격을 고심 중인 사람도 있다”며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많게는 2억 원 넘게 높여 부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센츠 84㎡는 이달 8일 27억 원(18층)에 손바뀜했으나 19일 현재 평균 호가는 28억5000만 원부터 시작해 32억5000만 원까지 형성돼 있다. 바로 앞 트리지움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84㎡가 24억8000만 원(1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갱신했지만 두 달이 채 안 된 이달 13일 25억5000만 원(6층)에 팔렸다. 호가는 이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27억~32억 원 선이다.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줄지어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줄지어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매수를 원하는 이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자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불티나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 잠실 아파트를 주로 중개한다는 B 공인중개사는 “투자 가치를 기대하는 매수인이 대부분이라 싸게 나온 저층 매물보다 로열층 문의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59㎡가 23억 원에 나왔으니 3.3㎡당 거의 1억 원인 셈인데, 부동산에선 이것도 급매물이라고 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허제 해제 수혜 지역인 대치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치동 대장주로 불리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집주인들도 몸값 올리기에 한창이다. 이 단지 84㎡는 13일 40억 원(5층)에 거래되며 지난해 12월 35억5000만 원(21층)을 기록한 이후 두 달 만에 4억 원 넘게 뛰었다. 현재 동일 면적 최저 호가는 40억 원, 최고는 43억 원이다.

평수가 커질수록 호가 상승 폭이 빠르다. 114㎡ 호가는 53억 원부터 57억 원까지 분포해 있다. 하루 만에 2억5000만 원을 올린 집주인도 있다. 지난달 52억9000만 원(29층)에 손바뀜하며 쓴 신고가 기록이 이른 시일 내에 갱신될 전망이다.

상가 내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도인들이 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려도 팔릴 거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정작 매수하러 온 손님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정문 모습.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정문 모습.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같은 서울 내 상급지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의 원정 투자도 활발한 상황이다. 분당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선도지구 선정 단지에 살고 있긴 하지만 접근성 좋은 서울로 이사를 올까 한다”며 “10억 원 정도만 보태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호가가 높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그동안 실거주 의무 탓에 갭투자가 막혔던 지역이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한 경제 불확실성과 하반기 강화될 대출 규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토허제 해제로 매수 수요층도 늘지만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들로 인해 매물량도 동시에 증가한 만큼, 갑자기 수억 원 뛴 호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매수자가 계약에 흔쾌히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과열과 양극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갭투자나 외지인 거래가 늘면서 일부 지역에만 수요가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강동구 등 인근 자치구로 눈을 돌리면 서울 전반적인 풍선효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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