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사고가 있은 다음에는 이유 없이 우울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들었을 위장약들이 들지 않았습니다. 우울하고 슬픈 마음을 약이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성인들의 우울증이 일시적으로 올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참사 직후 심장병이 9% 증가했고 부정맥은 21%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사건은 개인과 국민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전쟁 중에는 출산율이 줍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사건에 대해, 사태에 대해 몸이 반응하는 것입니다.
사건은 역사를 바꿉니다.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성찰하고 변화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계엄에 대해, 제주항공 사고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물어야겠습니다. 이를 두고 알랭 바디우는 ‘사건의 충실성’이라고 했습니다. 사건이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기회가 되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밀듯 밀려오는 독감 환자들과 함께 시작한 2025년에도 여러 사건 사고가 있을 것입니다. 부디 환자들의 건강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사건 사고들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2024년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들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고 성찰하는 새해가 되길 또한 바랍니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