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호텔 첫 상장사이자 5성급 호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호텔신라 직원 1명당 평균 연봉이 최대 2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포함한 이사진들의 보수는 4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11일 호텔신라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2024년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호텔신라 전체 직원(2046명) 1인당 평균 연봉은 5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5100만 원)과 비교해 800만 원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성별에 따른 평균 연봉 추이를 보면 남성이 6600만 원, 여성이 5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00만 원, 700만 원 상승했다.
연봉 추이를 부문과 성별로 쪼개보면 또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호텔신라의 경우 타 호텔과 달리 호텔업과 면세점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2023년 기준 면세점업(Travel Retail, TR부문) 여성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600만 원을 기록했지만 면세부문 남자직원들의 연봉(5600만 원)은 그보다 1000만 원가량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호텔부문 남ㆍ여 평균 연봉은 각각 5600만 원, 3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보수의 하향화 추세다. 2020년부터 4년간 보수를 받은 이사회 구성원은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 등 사내이사(등기이사) 3명을 포함해 총 7명이다. 그런데 2020년 1인당 11억4000만 원이던 호텔신라 이사회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23년 6억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관련 뉴스
호텔신라 이사들의 평균 보수액 규모가 급락한 것은 현 경영진(사내이사)들의 급여 감소 폭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텔신라 등기이사 3명의 평균 보수액 규모는 1인당 25억4000만 원이었으나 2021년 21억7500만 원, 2022년 18억 원, 2023년 12억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호텔신라 임원 급여는 통상 월 급여와 상여, 기타 근로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상여에는 설·추석 상여, 성과보수, 장기성과보수 등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면세점 업황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호텔신라 등기 이사진들이 챙겨왔던 장기성과보수가 급감했고 이는 곧 급여 수준 하락으로 연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2020년 연간 상여금으로만 37억 원 이상 챙겼던 이부진 대표이사의 상여금 수준은 2023년 9억4000만 원에 그치며 처음으로 10억 원을 밑돌았다.
반면 이 기간 사외이사 등 비등기이사 1인당 연보수액 추이를 보면 2020년 8000만 원에서 2023년 말 기준 9500만 원(감사위원의 경우 8500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우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8곳, 해외 1곳 등 총 19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 4곳과 아시아 3대 허브공항(싱가포르ㆍ홍콩ㆍ마카오)에서 면세사업자로 사업을 영위하며 총 7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호텔과 면세부문 등 투트랙으로 사업을 영위 중인 호텔신라의 목표는 올해 안에 '아시아 톱 5 호텔 및 레저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 면세산업의 공통 이슈인 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해 '글로벌 No. 3 면세기업'으로 반등한다는 비전도 마련 중이다.
2023년부터 2년 연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 호텔신라는 최근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에도 부쩍 힘을 쏟고 있다. 노력은 효과를 발휘해 2021~2022년 KCGS ESG 평가등급에서 B+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던 환경(E) 부문이 개선을 거듭해 2023년에는 A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23년 기준 ESG 전 부문에서 A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A+를 기록했던 사회(S) 부문은 2년 연속 A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호텔신라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이중 중대성 평가를 한 결과 향후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지속가능 경영 5대 이슈를 선정했다. 그 결과 △고객 만족 실현 △합리적 지배구조 체계 구축 △일하기 좋은 회사 실현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및 관리 △동반성장ㆍ상생 협력 강화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신라는 최우선과제로 이름을 올린 고객 만족 실현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고객의 소리(VOC) 시스템을 강화, 고객의 의견과 불만, 건의사항을 확인하고 100% 회신에 나서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호텔신라에 접수된 VOC 6만1000여 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직원 서비스(1만7124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 나아가 외국인과 어린이, 고령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외국인 방문객들을 위해 중국어ㆍ일본어 가능 인력을 배치하고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소통북과 안내서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수자원 절약 캠페인과 재생 비닐랩 재생산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질오염 총배출량이 52%가량 감소했고 2023년 폐기물 발생량 3341톤 중 약 99%에 해당하는 3310톤을 재활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2030년까지 전 업무용 차량 및 임원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부진 대표이사는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강화되는 글로벌 ESG 경영 요구에 대응해 2023년을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지속가능 경영 정책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건강한 지배구조의 확립과 투명한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