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 발언과 대기업의 투자 '쇼'

입력 2009-07-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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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의 투자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오는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고연비·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선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한화그룹도 올해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6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LG그룹은 올해 투자액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며, 다른 그룹 계열사들도 투자계획 발표를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연구개발(R&D) 투자 계획까지 조사해, 내년엔 30대 그룹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사회 곳곳에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 소식을 듣는 내내 영 찝찝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투자 확대 발언 이후 급격히 늘어난 투자확대 계획이기 때문일까? 그 원인을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임원은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 듯해도 향후 먹거리에 대한 곁눈질은 계속하고 있다"며 "알아서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등떠밀려 하는 듯한 모습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급증하자 '잡셰어링'을 강조한 정부에 호응, 인턴채용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기업들의 신입직원과 인턴채용 계획이 확대됐다. 전경련에 인사담당 임원들이 모여 채용 확대 계획을 논의,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회피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독려(?)'때문에 큰 틀에서의 화답은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서둘러서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리스크를 갖고 갈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성급한 투자로 인해 실패로 이어진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문한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에 수조원을 투자했다가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동부그룹도 새롭게 시작했던 반도체 사업이 자리를 잡지 못해 결국 알짜 계열사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것도 성급한 투자에 대한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은 이윤을 남기는 집단이지 때문에 투자 여건이 되고 이윤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발언에 즉각적으로 발언하는 기업들을 바라본 모습은 씁쓸함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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