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긴 어렵지만 마시기엔 편하게…영국 왕실 샴페인 ‘폴 당장’ [주(酒)크박스]

입력 2024-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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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직접 생산 포도에 ‘솔레라 방식’으로 생산

술 한잔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100년 넘은 와인 명가의 고집스러운 전통, 훌륭한 원재료를 키워온 누군가의 땀방울, 완벽한 술 맛을 찾기 위한 주조사의 시행착오까지. 선택 버튼을 누르기 전엔 대체 무슨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주크박스(Jukebox)처럼 무궁무진한 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폴당장 뀌베 47 골드' 제품. (사진제공=아영FBC)
▲'폴당장 뀌베 47 골드' 제품. (사진제공=아영FBC)

와인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 시장이 한층 더 성숙했다고 본다. 판매량의 증감과는 상관없이 레드 와인 일색이던 취향이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레드 와인을 통해 초보 단계를 이미 졸업한 이들이 좀 더 새로운 것을 찾으며 실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연말이 되면 수요가 껑충 튀어 오르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바로 '샴페인'이다. 통상 레드 와인보다 무겁지 않은 맛에 톡톡 튀는 탄산까지 더해져 파티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한때는 와인 초심자들이 마시는 가벼운 술로 여겨졌지만, 그 매력이 퍼지며 최근에는 오히려 고수들이 찾는 카테고리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만을 사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했을 때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흔히 '스파클링(발포성) 와인=샴페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셈이다. 스파클링 와인이라도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았다면 프로세코(이탈리아 북부), 까바(스페인) 등 다른 이름이 있다.

연말을 맞아 수많은 샴페인들이 제각각의 전통과 장점을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의 취향 저격에 나선 가운데 '영국 왕실 납품 샴페인'이라는 수식어를 단 한 브랜드가 떠올랐다. 바로 '폴 당장'이다.

샴페인은 품질 관리가 엄격한 와인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저질'의 제품은 없는 편이다. 이처럼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폴 당장은 유서 깊은 가족경영으로 유명하다. 폴 당장은 샹파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가족경영을 하며 100% 직접 생산한 포도로 샴페인을 만든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좋은 샴페인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유명 대형 샴페인 제조사들이 다른 밭에서 포도를 가져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폴 당장의 또 다른 특징은 위스키 등에 적용하는 '솔레라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 다른 연도에 만든 와인들을 섞어 완성하는 방식으로, 복합적 풍미와 일관된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2종 이상의 포도를 섞는 방식으로도 풍성한 맛을 만든다.

이처럼 샴페인에 대한 고집은 센 편이지만 의외로 업력이 길진 않다. 1947년 시작해 77년을 이어왔지만 이보다 더 긴 역사의 샴페인 양조장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립 2년 만인 1949년 영국 왕실에 납품허가권을 가진 업체 J&B((Justerini & Brooks)에 발탁되며 짧은 역사에도 단숨에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왕실에 납품하던 다른 6개 회사는 대형 샴페인 제조사였기에 폴 당장의 발탁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폴 당장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여다보니 문득 올해 5월 방한한 장 밥티스트 당장(Jean Baptiste Dangin) 폴 당장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잔 마셨을 때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제품, 너무 강하거나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쉬운, 생각을 하게끔 하는 샴페인이 아닌 웃음 지을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샴페인을 만들 때는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이들은 그저 편안하길 바란다는 게 왠지 위로로 다가온다. 그의 바람처럼, 올해를 보내는 이 시점 가벼운 마음으로 폴 당장을 비롯해 샴페인의 세계를 탐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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