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국인들이 만들어 가는 신실크로드

입력 2009-07-21 14:46 수정 2009-08-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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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한-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전 이집트대사)

과거 중동에서 우리기업과 근로자들이 이루었던 건설사업의 성과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옛날 중동 근무시 경험하였던 숫한 흥분과 감격이 각인돼 있는지 지금도 큰 공사현장을 보면 가슴이 뛰고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에 마음이 시려지기도 한다.

중앙아시아의 거대한 산맥, 천산산맥의 남쪽과 북쪽에는 역사적으로 보아 크게 두 갈래의 길, 천산북로와 천산남로라는 실크로드가 펼쳐져 왔다.

산맥 북쪽에는 만년설에 연유하는 수자원으로 인해 초원이 펼쳐져 있고 반면 산맥 남쪽으로는 이렇다 할 수자원이 없어 대부분 매마른 사막땅에 오아시스가 이 곳 저곳 점처럼 흩어져 있다. 그래서 북쪽길을 ‘초원로’라 하고 남쪽길은 ‘오아시스로’라 불렀다.

필자가 10년전 카자흐스탄주재 대사로 있을 때 한국기업(삼성물산)이 천산산맥의 잘룩한 부분, 그래도 해발 4천미터가 넘는 준령에 길을 내고 터널을 뚫어 천산북로와 천산남로 두 비단길을 연결했다.

620킬로미터의 연결도로를 여러나라의 건설회사가 나누어 공사했는데, 그 중에서도 산맥을 넘는 가장 험하고 높은 준령구간을 한국기업이 맡아서 그 것도 유일하게 공기를 맞춰 완공했던 바 있다.

공사현장을 방문했던 그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천산산맥의 산등성 위에서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인공위성을 통해서만 외부와 연결 되는 고립된 장소에서 때로는 추위와 눈보라속에서 밤낮으로 일하던 모습과 그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고생, 그리고 그들이 이룬 업적 등.

대한항공이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거대한 물류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중앙아시아의 물류허브로 육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지구의를 들여다 보면 나보이 지역은 바로 서울과 카이로를 연결하는 직선 선상의 중간지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1위의 항공화물 운송사로서 대한항공이 유럽과 동아시아 중동과 동아시아의 중간지점에 거대한 물류기지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정치, 외교, 경제적 국제관계에 매우 의미심장한 사업이다.

기업은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임을 절감한다.

일년전 재단법인 한-아랍소사이어티가 출범했다. 한국과 아랍국 정부, 그리고 정유사들과 대한항공을 포함하여 중동지역과 연계가 많은 국내기업들이 적극 후원했다.

한-아랍간 상호이해를 높이고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서로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우호협력관계를 다져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아랍간의 천년의 교류는 아랍상인들의 한반도 상륙으로 물꼬가 터였다가 근자에 와서는 한국인들의 중동진출에 따라 큰 강물같이 되었다.

9~12세기 중세 아랍문헌에 비친 한국은 흔히 아름답고 인심좋은 동방의 이상향으로 그려져 있다.

신라때부터 교류가 시작되었기에 “중국 너머 동쪽에 신라라는 나라”로 묘사하면서, 산천이 수려하고 공기가 맑아 병이 없다, 여인들이 아름답고 피부가 희다, 금이 많아 개나 원숭이 목걸이까지 금으로 만든다, 그래서 신라에 가면 누구든 거기에 머물러 살려고한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조에 와서는 제법 왕래가 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랍인들의 내방은 간헐적이고 단편적이었다.

지금 한국과 중동간의 교류와 내왕은 큰 강물줄기와 같다. 석유, 건설, 자원, 무역 등 경제분야에서 시작된 교류가 이제 본격적인 인적·문화적 교류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민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새로운 광활한 비단길은 한국과 중동,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보다 긴밀한 경제권으로 연결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하여 문명간의 접촉이 대하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한국민들의 열과 성의, 고통과 성취, 한국의 이름과 위신이 새겨지고 한국과 아랍, 한국과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를 정의하고, 세계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러한 비젼을 계속 키워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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