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차액 기존 분양자에게도 지급해야”…지방 미분양 많은데 할인분양마저 막히나

입력 2024-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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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분양을 진행한 시행사가 기존 수분양자들에게도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분양이 어려워지고 지방 미분양 적체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민사부는 대구 수성구 수성동 '빌리브헤리티지' 분양자 34명이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과 시행사인 그라운드디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시행사인 그라운드디홀딩스가 원고들에게 할인분양으로 발생한 차액 68억976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 단지는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하 2층~지상 29층, 4개 동, 총 146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146가구 중 25가구만 팔리고 미분양 됐다. 잔여 물량은 공매 절차를 거쳐 기존 분양가보다 3억 원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입주자를 구해 완판됐다.

이에 수분양자 25가구는 올해 2월 시행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변경) 적용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차액 반환을 요구했다.

반면 시행사 측은 할인 분양과 공매는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매와 분양 절차는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경된 분양 가격 조건이 매수인들에게 유리하다면 그 변경의 절차, 방법, 경위, 내용 등을 불문하고 약관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할인분양은 최근 3년간 분양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며 다시 등장했다. 특히 지방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적체가 심화하면서 시행사가 미분양 소진을 위한 판촉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7262가구로 한 달 새 4.9%(801가구) 증가했다. 이는 2020년 8월(1만7781가구)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887가구, 지방은 1만4375가구로 전달 대비 모두 늘었다.

문제는 최초 공급 가격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입주 거부 등의 갈등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에 소를 제기한 빌리브헤리티지 수분양자들은 올해 5월 단지 외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현수막을 걸고 할인분양자들의 입주를 막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판결만으로도 할인분양 판촉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어 미분양 소진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차량도 재고가 남으면 세일즈 정책을 펼치는데, 집은 고가격 제품이란 특성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아 아쉽다"며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선 할인분양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고, 미분양 처리가 더욱 어려워 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비슷한 갈등이 발생했던 현장을 중심으로 법적 다툼으로 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판결이 나오면 최근 관련 이슈가 있었던 현장들이 소급 해서 같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할인분양이 어려워지면 시행사가 건설사에게 공사비를 주지 못해 전체적인 건설사업자들의 상황이 악화하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미분양 적체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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