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계산기 잘못 두드린 하마스 1인자에 나락”

입력 2024-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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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축’ 지원 예상 못 미쳐
아랍 국가들, 사실상 방관자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AFP연합뉴스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AFP연합뉴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선제 공격을 감행할 당시 중동에 대해 큰 오판을 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는 이스라엘을 공격 후 반격을 받으면 이란을 중심으로 결성된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군사동맹)’ 국가들이 힘을 결집해 전면적으로 지원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그의 계산은 크게 빗나갔다.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침공에 사실상 ‘방관자’가 됐다는 것이다.

레바논을 근거지로 한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연일 하마스와 연대한다고 했지만 실제 무력 지원을 주저했다. 레바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가자지구를 지원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것에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헤즈볼라의 무기고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해 방패로 보존돼야지 하마스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고를 소진하길 원치 않았다.

그 결과 지난달 말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그간의 대중 발언과 달리 단거리 미사일 공격이라는 반쪽짜리 대응에 나섰을 뿐 신와르가 기대했던 대대적 무력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이스라엘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타격을 주고 전세의 흐름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소량의 미사일과 느리게 움직이는 드론 등으로 변죽만 울렸다.

중동 내부에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반감이 신와르의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아랍에서는 반이스라엘 목소리와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랍인들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동안 그랬던 것처럼 큰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이후 10여년이 지난 이후, 사람들은 너무 지쳐서 길거리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동은 황폐화로 치닫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쟁이 이뤄지며 폐허가 됐다. 하마스 군대는 와해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헤즈볼라는 1인자를 잃고, 전투력 등에 대한 명성도 훼손됐다.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에서 올 들어 60억 달러(약 7조9500억 원)의 수입을 잃었는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상업 선박을 공격한 결과다.

이코노미스트는 “신와르는 중동을 재편할 것을 원했고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여러 면에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스랄라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신와르를 포함한 하마스 지도층 인사들이 모든 움직임을 멈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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