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고정금리 확대’ 진전 보려면

입력 2024-06-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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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추천하다가도 금리인하로 변동형 금리가 더 낮아지면 책임지실 거냐고 되물으면 할 말은 없죠.”

현장에서 고객 상담을 하는 한 은행원의 푸념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금리 인하 자체는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에 더 이상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변동금리를 찾는 차주들은 올해 들어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취급한 주담대 중 변동금리 취급 비중은 △1월 34.1% △2월 34.4% △3월 42.5% 였다. 4월엔 49.9%까지 뛰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고정금리를 권고한다. 이를 위해 당근책도 내놨다. 은행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를 주택금융공사가 지급 보증하도록 해 발행 금리를 낮추고 유동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시장과 괴리가 있음에도 당국이 고정금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가계부채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 변동 리스크를 대부분 차주가 떠안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고정금리 전환 장려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을 때 차주들에 대한 대안은 없다. 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져도 차주는 상환 부담 경감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대환대출로 금리가 더 싼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지만 기존 주담대를 대출받은 지 3년 이내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당국도 우려를 알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업무협약식’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독려하는 방향성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정금리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 현재 정책들의 방향성이 서로 일치하고, 시장 의견을 바탕으로 실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0년 고정형 주담대가 일반적인 미국은 금리가 내릴 때 새로운 대출 상품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관행이 발달해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출시 1년 만에 대출이 막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각 은행의 대출 증가액 집계에 대환대출까지 포함시키면서다. 기존의 대출을 옮기는 대환대출은 전체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진 않지만 당국의 ‘엄포’에 은행들이 창구를 닫고 있는 것이다.

2015년에도 이자 하락기와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책 기간이 정확히 맞물렸다. 이때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 고정금리 대출자만 뒤통수를 맞았다. 올해 고정금리 확대에 진전이 있으려면 뒤통수를 맞지 않을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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