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환자 많은데…“상담도, 지원도 어렵다”

입력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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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한국유방암학회 학술위원장 “가임력 상담·시술 지원 턱없이 부족” [인터뷰]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지난 26일 그랜드워커힐서울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에 참석해 젊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지난 26일 그랜드워커힐서울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에 참석해 젊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저는 아기 낳을 생각 없는데요?”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한국유방암학회 학술이사)가 진료실에서 만난 유방암 환자에게 난자를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 돌아오는 답변이다. 미혼의 젊은 환자들은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지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당장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기 어렵다. 유방암 치료는 가임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 관련된 상담과 시술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는 최근 열린 세계유방암학술대회에서 김 교수를 만나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임되는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늘 나눴다. 현재 한국유방암학회 학술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 대상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8년 20만5394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2년 27만151명까지 늘었다. 2018년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59세로 환자 수는 7만9171명이었다. 이어 40~49세 환자 수는 5만6185명, 60~69세는 4만629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도 50~59세에서 9만8725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60~69세 환자는 7만2658명, 40~49세 환자는 6만4732명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환자가 가장 많이 집중되는 50~59세는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며 유방암의 사회적 질병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혼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시기에 해당한다”라며 “환자가 가정과 사회에서 영위했던 일상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모든 암종과 마찬가지로 유방암 역시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명확한 한가지 원인’은 지목할 수 없다. 하지만 학계는 유방암 환자들의 연령대와 생활 습관의 변화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관찰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양식 전반이 서구화된 것이 유방암 발병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화된 아시아 국가들에서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적지 않다”라며 “과거와 비교해 생활 양식이 빠르게 서구화되면서 환자의 연령대도 동시에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생활 양식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은 서구 국가들은 유방암 환자의 연령에도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젊을수록 노인보다 건강을 회복하기 수월하다는 상식은 유방암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유방암은 환자 3명 중 2명이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관련된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영향은 60세 이상 노인보다 20~40대에서 강하게 작용한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환자와 의사의 긴밀한 합심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월경을 하지 않는 연령대의 환자들과 달리, 젊은 환자들은 치료를 마치고 다시 월경이 시작되고 호르몬에 노출되며 살아가는 시간도 길다”라며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아직 많이 받기 때문에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실시한 이후에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항호르몬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도 시행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가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유방암 치료에 돌입하기에 앞서 환자들은 향후 임신과 출산을 위해 난자를 동결하는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고민을 도와주기에는 현재 의사에게 주어진 여력이 몹시 부족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일생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선택인데, 이를 논하기에는 진료 시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 및 보관 관련 비용은 모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당장 환자에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임력 문제와, 이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라며 “환자를 위한 상담 및 교육 수가도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임신 계획이 없는 환자가 큰 비용을 부담하며 미래를 대비해 난자를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아쉬워 했다.

특히 김희정 교수는 유방암 환자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환자들에게 가임력 보존 관련 상담과 교육을 제공했더니, 난자 동결을 선택하는 환자의 비율이 2%에서 약 22%까지 높아졌다”라며 “환자들이 자신에게 최고의 선택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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