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트로이목마 ‘알·테·쉬’에 속수무책

입력 2024-04-15 05:00 수정 2024-04-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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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1원.’

구글에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계획에도 없던 온라인 쇼핑을 시작한 건 순전히 저 가격 때문이었다. 꽤 괜찮아 보이는 플랫슈즈 사진 위로 ‘번개특가’ 문구가 깜빡였다. 할인율은 무려 85%. 어디에 홀린 듯 ‘테무’ 회원가입을 마치고 몇 켤레 야무지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미지랑 다르면 어떡하지’ 마음 속 찝찝함은 ‘한 켤레 가격도 안 되는데 몇 번 신고 버려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밀렸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테쉬(알리·테무·쉬인)’ 이용자 1500만 명. 국민 3명 중 1명이 ‘C-커머스(차이나+전자상거래)’ 초저가 공세에 넘어갔다는 얘기다. 한국 상륙 약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짝퉁 피해가 속출하고 시장 초토화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이 대책 검토에 착수했지만 속수무책이다. 보다 못한 서울시도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놨다. 알리 판매 상위권 품목 31개를 검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 56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매주 유해성 제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단 급한 대로 독성물질 범벅 제품이 뭔지 ‘귀띔’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현행법상 ‘정상’ 제품을 판매하도록 C-커머스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테무와 쉬인이 통신판매업에 등록되지 않아서다. 유해성 제품의 판매 금지를 요청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사실상 ‘치외법권’인 셈이다. 서울시는 해당 업체에 통신판매업 등록을 요청 중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적용하기 위해 ‘읍소’를 하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통신판매업으로 등록하지 않고도 국내법 적용이 가능한지 법령 검토에 들어갔다. 설사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또 다른 유해성 제품을 올리면 그만이다. 검사와 판매 금지 요청이 진행되는 동안 소비자 피해는 반복될 수 있다.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국보다 C-커머스 공세를 먼저 경험한 해외에서 ‘불량’ 상품보다 더 주목한 건 따로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CNN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인용해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의 수상한 점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핀둬둬 앱에서 안드로이드 운영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이용자 개인정보와 온라인 활동을 추적할 뿐 아니라 알림과 메시지를 읽고 설정까지 변경할 수 있다. 한마디로 누군가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뭔짓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외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개인정보 이용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저우서우즈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 불려 나와 미국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간다는 추궁에 ‘공산당과 무관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한국의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C-커머스의 ‘덤핑’ 행위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물류망도 접수할 판이다. 수틀리면 경제 보복을 일삼는 중국의 ‘습성’을 고려할 때 넋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같은 일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디젤 차량에 꼭 필요한 요소수는 경제성을 이유로 2011년부터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중국 공급 의존도가 97%를 넘어선 상황에서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조이자 교통 및 물류 대란 우려가 번졌다.

이런 걱정까지 사서 해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모든 시그널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향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 시나리오에서 대만 통일은 마지막 퍼즐과 같다. 더 설득력이 있는 건 반도체 생태계 접수. 중국이 직면한 내우외환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품고 있는 대만 장악이란 것이다.

미국 고위 관계자들도 공식석상에서 대만 유사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한국은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유사시 생필품 공급, 물류 네트워크는 생존과 직결된다. C-커머스의 무차별 진격을 해석하는 눈, 그 위험에 대처하는 힘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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