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너 좋아해” 이성적 호감 표시, 직장 내 성희롱 인정될까?

입력 2024-03-1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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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직장 내 성희롱일까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입니다. 최근 들어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부쩍 늘었고 직장 내 성희롱 해당 여부에 관한 문의도 자주 들어오는데 사건마다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네요. 어떤 경우가 직장 내 성희롱인가요?

Q.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직장 내 성희롱 기준은 △성적인 언동일 것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될 것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일 것 등입니다. 행위자의 의도는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Q. 성적인 언동은 무슨 의미인가요?

A.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를 뜻합니다.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사자의 관계와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게 됩니다.

판례에 따르면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Q. 근무시간이 아니거나 회사 외의 장소에서 발생한 행위도 직장 내 성희롱인가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원은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는 도중에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업무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전에 발생한 행위로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Q. 직접적으로 성행위를 언급한 것도 아닌데 성희롱이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성행위 등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성적인 언동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및 굴욕감을 야기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술에 취해 피해자에게 수차례 전화하며 나오라고 했습니다. 또한, 동료 직원에게 피해자와 기혼 남성 직원의 불륜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동료 직원에게 피해자가 남자친구가 많다고 언급, 동료 직원에게 피해자의 이전 직장 이직 사유(성희롱 피해사실)에 관해 언급, 피해자에게 팔찌와 귀걸이 세트를 선물로 주며 선물을 받을 것을 강요하고 “여자로서 좋아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이성적인 호감을 표시하면서 구애행위를 하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하나요?

A. 그렇습니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의사에 반해 수차례 구애하고 거부당하자 부정적 감정을 표출한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한 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약 9개월 이상 업무용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방적인 구애행위를 지속했습니다. 또, 피해자의 이성관계를 반복적으로 의심하고 확인했고, 피해자가 이성적인 감정을 받아주지 않자 업무상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업무 시간에 화를 내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의도적으로 식사를 거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와 이메일을 여러 차례 전달했는데, 법원은 이러한 행동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 발언이나 행동에 사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없어 보이는데도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나요?

A. 사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건에서 한 가해자는 누군가가 피해자의 목을 주물러주는 것을 목격한 뒤 “목덜미를 만지는 것이 애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양여자처럼 개방적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말이 돌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피해자와 관련해 “행동이 나쁘고 문란하다”, “내연 관계에 있는 것 같다”, “행실이 나빠 근무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에 관해 성적인 함의가 있는 소문이 유포되게 한 것으로 그 언동에 사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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