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성장보단 내실' 금융권 CEO의 이유있는 목소리

입력 2024-02-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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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 해도 수익 다변화를 위해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했지만, 올해는 자본 확충과 건전성에 1순위를 둔 경영에 나설 것 같아요."

최근 만난 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였다. 성장보단 내실을 추구하는 금융권 CEO의 이야기는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런 조짐은 연초부터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금리 하락이 예상되나 하락 시기와 속도가 여전히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2금융권 건전성, 가계부채 등의 정상화 및 안정화를 더욱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시장 리스크의 전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개편하고 시스템 리스크 예방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해 위기 대응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도 갈수록 어려운 가계살림을 체감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장 소비의 중심인 30·40세대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소비를 크게 줄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 여파가 30~40대 소득 중상위층 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가계별 '금리리스크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금리 상승 영향을 구분한 결과, 단기금융자산 대비 단기금융부채가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의 전체 소비가 20% 이상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계에는 30~40대 소득 중상위층과 소비 상위층의 비중이 높았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기업금융 지원을 통해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돈을 써야 하는 이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경제 위기 해법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일회성 지원에만 그치면서 당장 가계도, 기업도 한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를 만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일회성 지원책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고, 가계 수입을 증가토록 해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금융권에 많은 위기가 예상된다. 당장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수순을 밟고 있고, 건설업계의 잇따른 자금난은 '4월 위기설'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금융권 임원들을 만나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쌓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대손준비금이 아닌 대손충당금 형태로 손실을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금융권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56조 원 이상 투자한 해외 부동산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 원 규모로, 금융권 총자산(6800조9000억 원)의 0.8% 수준이다. 금융사들이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의 35조8000억 원 중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규모는 이달 기준 2조4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애초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시들해 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2%포인트(p)나 낮은 한국은행은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도 없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기준금리를 9차례 연속 동결했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계속되는 시장 불확실성에 금융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나친 시장 개입보단 시장 활성화를 유도해 돈이 시장에서 제대로 돌고, 금융권에서 벌어들인 돈이 필요한 곳에 잘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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