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없는 “충당금 쌓아라”…혼란스러운 증권사들

입력 2024-02-12 09:05 수정 2024-02-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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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증권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충당금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커지는 만큼 자산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지만, 증권사들은 일정 회계원칙 이상의 추가 적립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에서 구체적인 윤곽은 제시하지 않고 충당금 ‘100%’라는 숫자만을 강조해, 연간 결산을 앞두고 증권사별 사업장과 익스포져에 따른 회수 가능성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에 따른 평가 손실 인식으로 실적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부동산 PF 충당금 규모가 아직 미진한 수준으로, 단기적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권별 부동산 PF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가 1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대형 증권사(7%), 저축은행(6%), A급이하 캐피탈(5%), AA급 캐피탈(2%) 순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만기연장한 브릿지론의 약 60%가 최초 취급 이후 1년 6개월 이상 지난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2년 이상 경과한 브릿지 사업장은 거듭된 만기연장 과정에서 사업성 악화 부담이 커진다.

증권업계는 만기연장된 브릿지론을 신규 표기함에 따라 1년 미만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대부분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 연장 기간은 1년 6개월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까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만기가 연장된 점을 고려하면 오는 상반기부터 2년 이상 경과한 사업장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부터 증권업계, 부동산신탁사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브릿지론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도록 제시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본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 △정상 2% △요주의 7% △고정 30% △회수의문 75% △추정 손실 100%만큼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FM대로 100% 쌓는지 △전체 익스포저의 100%를 쌓는지 △적자가 안 나는 선에서 최대한 쌓으라는 의미인지 제각기 해석이 갈리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는 “많이 쌓으라는 취지는 알겠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예상손실액의 100%라는 말은 전액 추정손실로 분류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인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명확한 건전성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를 알 수 있는데, 현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해야 할지 파악이 안 된다. 감독원에 문의해도 ‘그냥 많이 쌓으세요’라는 답변만 돌아오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금융회사의 충당금 규모는 건전성 분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상~추정손실까지 적립률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설정된다. 충당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계상 분리해두는 금액이다.

추정손실로 분류된다는 것은 회수 불가능이 확실해, 손비처리가 불가피한 회수 예상가액 초과여신으로 분류하라는 의미다. 여러 차례 만기 연장을 반복하고도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업성이 없으니 손실로 반영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만기연장이 지속되면서 사업성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에 대해 ‘요주의’로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전이가 본격화하는 요주의이하비율 상승속도가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분류 기준이 모호하더라도, 증권사들은 일단 ‘쌓고 보자’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사내 회계사들이 회계원칙을 따를 수가 없어 힘들어한다“며 “작년 결산에서 이익이 좀 났는데, 감독원에서 명확한 지시는 없고 눈치가 보여서, 일단 이익을 거의 안 내는 수준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버렸다”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이 정도면 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쌓아둔 다음에 (감독원) 마음에 안 들면 ‘추가 지시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라면서도 “전액 추정손실은 과하다. 충당금을 포함해 부실채권 상각 또는 매각이 증권사의 자본비율이나 손익계산서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PF 충당금 적립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향후 증권사들의 재무구조와 손익변동성도 확대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PF의 위험이 높고 그동안 브릿지론 충당금 적립에 소홀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재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감독당국은 충분한 충당금 적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배당과 성과급 지급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 것으로 예고하면서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한 직접적인 관여도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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