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미만 맞추려 직원 내보내” 중처법 시행에 자영업자 아우성 [르포]

입력 2024-02-01 18:30 수정 2024-02-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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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적용대상 포함 소식에...혼돈의 종로 음식거리

고의 등 아닐 땐 처벌 아니지만..."사고 땐 처벌" 불안감
구청, 정부 안내, 기준안 제시도 없어....업주들 혼선

▲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한우구이 음식점에서 사업자가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한우구이 음식점에서 사업자가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겁나서 가게 운영하겠어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5명부터 적용된다기에 사흘 전 직원 한 명을 내보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40여 년째 한우구이 식당을 운영 중인 옥영희(가명, 69) 씨는 최근 자신의 가게도 중처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못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종로구 일대 식당가 업주들 대부분은 중처법의 확대 적용, 시행 소식에 “과도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몇몇 가게 업주는 중처법 시행 사실이나 적용 대상을 아예 알지 못하거나 인지하고 있더라도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부가 지난 2년간 유예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했지만, 실상은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중처법은 2021년 1월 26일 제정돼 이듬해 1월 27일, 50인(억)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50인(억) 미만 기업은 부칙 규정을 통해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중처법은 노동자가 업무 수행 중 사망 또는 부상 등 중대재해를 당했을 때, 사고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피하려면 기업이 스스로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 이행해야 한다.

상시 근로자를 5명 이상 고용한 영세 사업주에게도 중처법이 바로 적용되는 탓에 소규모 식당이나 까페를 운영 중인 업주들의 불안감은 엄청나다. 옥 씨 역시 마찬가지다. 주방과 홀 인원까지 합해 5명을 고용한 터라, 본인도 중처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혹시 모를 사고로 업주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사람이 더 쓰려고 해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좀 더 힘들더라도 내가 더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작 중처법을 꼼꼼히 뜯어보면 설령 사고가 난다고 해서 모든 업주들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근로자의 사망 및 부상 사이에 고의 및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만 처벌대상이다. 하지만 업주들은 명확하지 않은 기준과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8명의 직원을 거느린 쭈꾸미 가게 주인 주은정(가명, 59) 씨는 “장사도 어려운 데 이런 작은 식당에서 어떻게 안전체계를 갖추겠냐”며 “근로자 안전도 중요하지만 영세자영업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법”이라고 꼬집었다. 고깃집 사장 김재우(가명, 48) 씨도 “얼마 전 뉴스 보고 중처법 시행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따로 구청이나 정부에서 안내가 내려온 것도 없고 구체적인 기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딱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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