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상속세 폐지, 양도세로 일원화를

입력 2024-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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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교수·경영학

가혹한 세율…기업 해외탈출 부추겨
‘매물성주식’ 外資 인수로 국부유출
재산 양도 시점까지 과세 유예해야

2020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현 이재용 회장 등 유족에게 부담된 상속세가 12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총 상속재산 26조 원 중 3조여 원의 고가 미술품 등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남긴 재산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무리 재벌가라 하지만 재산구성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등 주식 지분과 에버랜드 등에 있는 부동산이다. 상속세 납부를 일시적으로 하기는 불가능하여 상속주식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10조여 원에 대해 5년간 분납하기로 한 상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9%로 OECD 국가들 중 최고(2위 벨기에 1.46%, 3위 프랑스 1.38%)다. 이는 명목상 최고상속세율 50%에, 삼성가 경우처럼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이라 하여 할증률 20%가 더해져 60%로 정해지는 까닭이다. 이에 비해 명목최고세율이 55%로 우리보다 높은 일본은 80%의 세액감면을 할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등을 활용하여 실효세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은 가업상속공제는 우리나라도 실시 중이긴 하나 10년간 업종을 바꾸지 않아야 하고 가업상속 재산가액도 최고 500억 원에 한정되어 실질적 혜택을 보는 경우가 2016~2020년간 공제건수 연평균 93건에 그쳤다. 그나마 이 중 57건이 업종변경 금지 등 사후관리를 지키지 못해 상속세를 추징당하는 등 공제제도가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인승계는 미국의 빌&멀린다 재단(빌 게이츠), 버크셔해서웨이 재단(워런 버핏), 스웨덴의 발렌베리 재단 등과 같이 재단법인을 통한 상속 및 증여재산에 대한 세액공제의 활용도 전혀 불가능하여 기업의 최대주주들은 과중한 상속세 부담에서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2019년 말 현재 38개 OECD 회원국들 중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는 총 12개국이며 이 중 10개국은 상속세를 부과하다 폐지했으며 2개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은 원래 상속세가 없었다. 참고로 스웨덴은 2000년 아스트라(Astra)사의 대주주 사망으로 유족들이 당시 65%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주식을 처분하는 중 주가 하락으로 전 재산을 잃고 국외로 망명한 사례가 있다. 후일 영국의 제네카(Zeneca)사가 주인이 없어진 아스트라를 합병하여 아스트라 제네카로 재탄생되었는데, 이를 목격한 스웨덴 기업주들은 장래 상속세 부담을 느껴 하나둘씩 기업을 국외로 이전시키는 등 국부유출이 가시화되었다. 결국 당시 좌파였던 스웨덴 정부도 2005년에 상속세를 완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입장에 놓여있다. 이재용 회장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상속주식을 담보로 맡겼는데 결국은 주식을 팔아야 대출상환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는 상속세로 지분을 대신 현물로 납부했던 넥슨의 경우도 비슷하다. 국내에서 이들 주식이 매물로 나올 경우 가용현금을 동원하여 매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들 상속세 부담매물성 주식지분은 중국 등 국가자본주의 상태에 있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기업사냥감으로 이용되거나 대규모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침탈수단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국부유출이 현실화된다.

마르크스를 비롯한 좌파 경제학자들은 상속세가 태어날 때부터 이룩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가장 요긴한 수단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상속재산을 강제로 처분함에 따라 일시적으로는 부의 대물림이 방지되고 결과의 평등이 이룩될 수는 있다 해도 결국은 가족공동체로 형성된 사유재산의 강제적 박탈을 통해 기업 주인이 외국인으로 바뀔 수 있고, 그에 따라 나라 전체의 노동수요와 생산력이 감퇴되는 이른바 국부유출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결과적인 부의 불평등 해소보다는 새롭게 인적자원 및 기술을 활용한 부의 창출, 즉 균등한 기회 창출의 평등개념이 국가경제에 더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상속세 부과는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재산을 대상으로 부과하게 되므로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데 대한 양도소득세까지도 연결된다. 당장 상속재산을 현금화하여 처분하지 않는다면 재산 자체에 억지로 상속세를 부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재산의 양도시점에서 과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제질서 추구를 위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는 비단 기업을 통한 상속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고루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현 윤석열 정부도 늦었지만 2024년 새해부터라도 상속세를 전면적으로 폐지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처방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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