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빨간불'…채권단 "추가 자구계획 없인 동의 못해"

입력 2024-01-03 20:05 수정 2024-01-0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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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채권단 관계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채권단 관계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라는 게 당사자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시작되고, 그것에 대해서 채권단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니 같이 해보자라는 게 기본정신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오늘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만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런 제안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태영건설 회생에 대한 태영그룹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시장의 추측이 현실이 됐다. 3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채권단 설명회에 참석해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는 눈물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도 난항이 예상된다. 채권단 사이에서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600여 곳을 대상으로 열린 채권단 설명회는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앞두고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태영그룹의 자구안은 알맹이가 빠졌다는게 채권단의 반응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 자리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인데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면서 “이럴 거면 뭐하러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행사 중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실제 이날 태영건설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강석훈 회장은 이날 설명회가 끝난 후 “이번 사태는 태영건설과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 판단에서 비롯된 만큼 태영건설과 대주주가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대주주의 뼈를 깎는 충분한 자구 노력을 통해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강 회장은 이어 "하지만 태영 측이 애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원활한 정상화를 위해 태영그룹 측에서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가지고 애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채권단 설득을 위해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은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제시한 약속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 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네 가지다.

태영 측은 이런 자구안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00억 원만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했고, 블루원을 통한 자금도 TY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강 회장은 "어제도 문서를 통해서, 그리고 태영 측을 직접 만나 원래 약속했던 네 가지 조항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그에 대한 확약을 오늘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 주길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아쉽게도 태영 측은 채권단에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이야기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는 그동안 태영건설의 뼈를 깎는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며 3000억 원 규모의 사재출연과 SBS 지분 매각 등을 언급했다. 태영건설이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한 것이 오히려 채권단을 화나게 한 모습이다.

앞서 채권단은 꾸준히 태영건설의 행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1485억 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갚지 않은 것이 대표적 이유였다.

금융당국도 이 때문에 태영건설의 진정성에 의혹을 나타냈다. 앞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워크아웃의 철학이 상거래채권 같은 것은 막고 금융채무를 만기연장하거나 기간을 늘리거나 신규 자금을 넣어서 살리는 것”이라며 “태영건설의 만기가 돌아오는 상거래채권 1485억 원은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451억 원의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서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작 외담대 일부를 제대로 상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구 노력을 보이지 않는 모습은 안일하게만 보인다”면서 “이대로면 채권단을 설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도 이후 방향을 제시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직접 대출이 약 2000억 원 규모인데, 단독사업장 PF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이 대부분이고, 공동사업장 PF 대출은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며 “사실상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큰 영향은 없다. 그만큼 태영건설이 뭔가 특단의 노력을 내비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윤곽은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론날 예정이다. 신용공여액 기준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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