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닥’으로만 예약?…진료거부입니다![이슈크래커]

입력 2023-12-11 16:51 수정 2023-12-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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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티켓팅’ 들어보셨나요?

요즘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콘서트 예매하듯 티켓팅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똑닥’ 서비스 이용해 보셨을 텐데요.

애플리케이션(앱) ‘똑닥’은 모바일로 진료 예약을 하는 서비스로 올해 누적 가입자가 10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 앱을 이용해 예약 가능한 병·의원이 1만 곳에 이르는데요. 장시간 줄을 서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이유로 입소문을 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선 앱을 통한 예약이 필수가 돼버렸습니다.

물론 ‘똑닥’에 대한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덜었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기조차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급기야 온라인에서 일부 소아과 의원이 유료 앱을 통한 예약이 아닌 경우 정작 현장 접수를 받지 않는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앱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 대한 역차별이란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소아과도 ‘오픈런’한다?

“OOO소아과, 똑닥으로 내일 진료 예약하고 싶은데 몇시부터 접수할 수 있나요?” “OO소아과 똑닥 아니면 진료 못보나요?”

최근 세종시의 한 맘카페에는 ’똑닥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는 “똑닥으로 소아과 진료를 예약했는데 벌써 두 번째 강제 취소를 당했다. 접수하고 정해진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취소가 됐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그는 “이곳 병원은 간호사나 접수 직원 없이 원장선생님 혼자 계신 곳이라 달리 얘기할 사람도 없고 잠깐 틈을 봐서 원장에게 말해도 ‘똑닥에 문의하라’는 답만 돌아온다”고 적었습니다.

병원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똑닥’은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계기로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요. 자녀를 둔 보호자들 사이에 필수 앱이라고 합니다. 소아과 오픈런은 소아과 부족으로 병원 개시 전부터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온라인상에서는 수십 명의 똑닥 대기 환자가 나열돼있는 안내 전광판 사진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의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소아과의 경우 병원 문이 열리기 전에 찾아가 줄을 서는 ‘오픈런’이 적지 않았는데 ‘똑닥’은 이런 무한 대기현상을 줄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다만 A씨 사례처럼 환자가 울며겨자먹기로 똑닥에 종속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똑닥은 기본적으로 환자 요청에 따라 병원 예약을 대행해주지만, 병원 요청이 있으면 예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A씨가 방문한 병원처럼 똑닥과 키오스크만으로 병원을 운영할 경우 1인당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합니다.

▲출처=X(옛 트위터)
▲출처=X(옛 트위터)
“똑닥으로만 예약받아요”…정부 “진료거부 행위 입니다” 경고

똑닥은 ‘예약 편리성’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현장접수 이용자나 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유료전환까지 나서자 논란은 가중됐습니다. 환자가 몰려서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버리는 소아과의 경우 현장 접수로는 사실상 진료받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병원에서 유료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버린 탓이었는데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1~10일 똑닥을 비롯한 앱이나 네이버 예약, 태블릿 PC를 통한 무인 접수 등으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병원은 전국 30곳 입니다. 이 중 ‘똑닥 앱 예약자가 많다’는 이유로 운영 종료 2시간 전에 현장 접수를 마감한 곳 등 병원 8곳에 대해 같은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행정지도가 이뤄졌습니다.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는 대응에 나섰는데요. 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특정 앱을 통해서만 예약 접수를 받는 병원은 ‘의료법 위반(진료거부)’에 해당하는 만큼, 지도 감독해 달라고 공문을 내렸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한 ’진료거부 금지‘ 조항을 두고 있는데요. 이를 어길 경우 복지부나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시정을 명령할 수 있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8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특정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된 진료 접수건 외에 진료를 거부하면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특정 접수 방법으로 제한되지 않게 의료기관에 적극 안내하고, 철저히 지도 감독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왜 앱·병원 탓만?...“취약한 의료체계 문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런 논란에 대해 장시간 진료대기가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애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전문 의료인력 확보가 가장 어렵다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그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요. 6일 마감한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2025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확대해 의사 공급을 늘려 필수 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대책을 내놨는데요.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올해 9월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야간과 응급 진료 보상도 높이겠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현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수가 보상안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임현택 대한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현재 소아과 수가 1만5000원은 일본 7만 원, 미국 29만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면서 “수가 현실화뿐만 아니라 민형사 책임에서 의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의료사고특례법 등도 적극 검토해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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