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로 전락한 민주당·민노총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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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부 5년 손 안댄 ‘파업조장법’
3高위기 민생 어려운때 밀어붙여
경제에 충격 극대화 목적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에 아찔한 구절이 있었다. 인용하면,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이다. 좌파는 이에 근거해 ‘한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로 매도·폄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의 구속을 면하려 방탄국회를 서슴지 않았으며, 민노총은 ‘약자 코스프레’를 떨면서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마저 거부하려 했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손해배상원칙’을 사실상 파기해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 시장경제에 조종(弔鐘)을 울렸다. 같은 논리로 민주당과 민노총은 태어나서는 안 될 조직이다.

지난 9일 민주당·정의당에 의해 단독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독소조항은 크게 3가지다.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사용자 정의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로 바꿨다. 그렇게 되면 민법상 ‘도급(都給) 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가 부정되어 원청은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예컨대 현대차·기아의 협력사는 5000개가 넘는다. 만약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임금 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번째 독소조항은 ‘노동쟁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기존의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한 쟁의 이외에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쟁의’가 추가됐다. 그러면 노사 간 모든 이견(異見)은 쟁의대상이 된다.

세 번째 독소조항은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 강화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 개개인이 회사에 얼마의 손해를 발생시켰는지’를 구분해 회사가 일일이 차등해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명찰 떼고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채 폭력행위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에도, 사용자는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의 피해 기여액을 구분해 청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의 불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는 사문화된다.

밖으로 눈을 돌려봐도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이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한 경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에게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활동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프랑스는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법률을 개정했지만,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도 노조의 불법행위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정작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낮잠을 잤다. 2020년 말 문재인 정부가 ‘ILO 협약’을 추가 비준하면서 기회가 있었지만 노란봉투법에 손을 대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이 ‘합당하고 시급한 법’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그러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무슨 대단한 노동개혁 법안인 양 국회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경제에 충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금리, 고물가, 고부채’로 민생이 위기 상황에 빠진 지금이 역설적으로 최적기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민노총은 대한민국 경제 공동체 구성원의 최소한의 자격도 없다. 내년 4월 총선이 두렵지 않은 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노란봉투법으로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노로 뒤집어진 운동장’으로 만들면 귀족노조가 아닌 일반 노동자에게 무엇이 좋은가? 노동조합과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폐지된다면 그동안 기업에 축적된 부(富)를 현재의 노동자들이 나누어 갖는 횡재를 누릴 것이다.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청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모래주머니로 전락한 민주당과 민노총은 맹성(猛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재의(거부권)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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