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딘가에서 꽃이 되고 싶은 500만 '프리턱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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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김춘수

시인 김춘수는 1922년 경상남도 충무에서 태어나 시인이자, 교수,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의 대표 시 ‘꽃’은 관념적인데다 형이상학적, 존재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대상에 대한 갈망적인 어조로 인해 패러디한 시들이 여러 개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Free-Arbeiter)족이 500만명을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30~40대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 성장 속도 둔화, 노동 집약형 산업구조가 노동 절약형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급격히 증가하는 대졸자에 비해 중소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은 적은 ‘일자리 불일치’도 프리터족 증가에 한 원인일 것이다.

MB정부가 잡세어링(Job sharing)을 통한 실업 대책을 내놓자, 재계는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보다는 신입사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보다는 단기 일용직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뽑아 오던 승무원을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의 인턴 승무원 채용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여러 이유를 들며 인턴 채용에 대해 합리화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정규직화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전까지 정규직으로 뽑던 승무원을 1년도 아닌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법적으로 비정규직 채용 최장기간인 2년을 꼭 채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여명 안팎의 인터 승무원 모집에 2만명 넘게 몰려들었다. 한 승무원 취업준비생은 “인턴 2년이라도 뽑는 것도 감지덕지”라며 긴 한 숨을 내쉰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을 가지고 이러한 패러디 시가 절로 나온다.

‘내가 학생일 때는 실업은 그저 남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취업을 하고자 이력서를 내밀고자 했을 때, 실업은 곧 나에게로 와서 나를 실업자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내가 토익 900점에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한 만큼, 나의 노력과 실력에 알맞은 일자리를 다오. 그곳에 가서 나도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취업을 하고 싶다. 사회는 나에게 나는 이 사회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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