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만 관객’ 공식 뒤밟는 주택정책

입력 2023-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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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영화관을 찾은 이유는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도 있지만, 영화 ‘범죄도시3’를 관람하기 위한 이유가 더 컸다.

범죄도시는 러닝타임 내내 관람객을 무념무상으로 만든다.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열혈 형사 ‘마석도’의 주먹질 앞에선 흉악범도 신생아처럼 잠들어 버린다. 여기에 간간이 나오는 마석도의 애교 섞인 대사는 관객을 웃기기 충분하다. 개봉 7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는 이제 1000만 관객을 바라본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 위기론까지 불거진 상황 속에서 그야말로 대흥행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 비결로는 권선징악과 단순한 플롯, 고민거리를 만들지 않는 주제 등이 꼽힌다. 대중 입맛에 안성맞춤으로 제작한 것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범죄도시3를 보고 나오자 최근 정부가 내놓는 주택정책이 겹쳐 보였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주택정책이나 원희룡 장관의 행보는 마치 상업영화의 흥행 공식을 따르려는 것처럼 읽힌다.

예를 들어, 전세사기 문제가 확산하자 국토부가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원인 조사부터 해결까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반년 이상 부처 역량을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또 장관은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사고 현장이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 등을 잇달아 찾아다니면서 구체적인 대책이나 정책 제안보다 현장 방문에 의의를 두는 경향이 짙다.

역량이 한곳으로 쏠리자, 곳곳에서 공백도 감지된다.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은 법안 처리가 반년 이상 지연되면서 시장 내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편도 답보 상태다. 법안 처리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곤 하지만, 부처 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산하 공기관 대표 인사도 곳곳에서 장기간 공백이 이어진다. 여기에 원 장관의 ‘전세제도 폐지·내력벽 철거 검토’ 발언 등 시장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정책이 사전 조율 없이 언급되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정책은 흥행몰이가 필요 없다.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인기가 없거나, 관심도가 부족하더라도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코앞을 내다보는 정책 ‘한 방’이 아닌, 몇 수 앞을 바라보는 정책 ‘한 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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