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효과 없는 치킨업계…왜 자꾸 가격 올리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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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오리지날. (출처=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교촌 오리지날. (출처=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촌치킨이 4월 치킨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최근 몇몇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배달 앱 내 치킨값을 일부 올린 겁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치킨 등 일부 가맹점들은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앱 메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네네치킨 일부 가맹점들은 오리엔탈파닭 등 대표 메뉴를 1000~2000원씩 올렸습니다. 오리엔탈파닭의 공식 판매가는 1만9000원이지만, 일부 가맹점에서는 이를 2만 원 이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갓집양념치킨 일부 가맹점들은 공식 판매가가 2만1000원인 슈프림양념치킨과 2만2000원인 트러플슈프림양념치킨을 각각 1000원씩 올려 판매 중입니다. 페리카나 일부 가맹점들도 배달 앱에서 일부 메뉴 가격을 1000원가량 올려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본사 차원에서의 가격 인상이 아닌, 일부 가맹점주들이 원가 상승에 부담을 느껴 자체적으로 배달앱 내에서 가격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치킨 가격 인상의 포문을 연 선두 주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교촌치킨인데요.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4월 초 치킨 메뉴의 소비자 권장가격을 품목별로 500원에서 최대 3000원씩 올렸습니다. 교촌치킨 가격이 오른 건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었습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 ‘반반콤보’는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뛰었죠. 배달료까지 합치면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는 데만 3만 원가량이 드는 셈이라,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했습니다.

교촌도, 이후 가격을 올린 일부 가맹점들도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해 눈길을 끄는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치킨값을 올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 영향과 소비자들의 반응까지 살펴봤습니다.

▲3월 29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판매되는 닭고기. (뉴시스)
▲3월 29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판매되는 닭고기. (뉴시스)

닭고기부터 고정비까지 올랐다…해답, ‘가격 인상’ 뿐인가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올리면서 ‘배달 치킨 3만 원 시대’를 열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교촌은 당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교촌 측은 “임차료와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가 뛰고 최근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가맹점 영업 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교촌 본사를 통해 2014년 이후 10년간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하는 등 동종업계 대비 낮은 제품 가격대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최근 본사 지원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설명했죠.

고정비용과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부담감이 가격 인상의 배경이 된 건데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도매가격은 1월 ㎏당 3300원대에서 점차 상승해 3월부터는 40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병아리 공급 감소 및 사료비 인상에 따른 생산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닭 도축 마릿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겁니다. 밀가루, 팜유 등 수입에 의존하는 주 원재료도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큰 폭으로 오른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재료 값이 하락하면서 가격 인상 행렬도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냈습니다. 2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12개월 내리 하락했습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 가격은 이달 1t당 230달러로 지난해 5월 419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죠. 식용유를 만드는 대두와 옥수수 가격도 같은 기간 20% 안팎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배달 앱 수수료와 인건비,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요금 등이 모두 올라 원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교촌을 비롯해 이번에 가격을 인상한 일부 가맹점들 역시 원자잿값 상승에 의한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치킨이 ‘국민 간식’인 만큼, 가격 인상 이외의 대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원가 절감, 제품 혁신, 유통망 재정비 등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덜할 거라는 거죠.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매출 줄어드니 꺼내 드는 ‘가격 인상’ 카드…이어지는 악순환

치솟는 치킨 가격에 소비자들 외면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출 전문 빅데이터 핀테크사 핀다가 공개한 ‘전국 치킨집 가맹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치킨집 가맹점은 총 3만1982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9년 2만3687개에서 8300여 개(35.0%) 늘어난 규모로, 전년보다도 4264개(15.4%) 급증했죠.

코로나19 기간 진입 장벽이 낮은 치킨집으로 창업 수요가 몰렸으나, 월평균 매출액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지난해 이들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699만 원으로 전년(565만 원)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월평균 매출액이 1000만 원을 웃돌던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35%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치킨 업종 폐점률은 13.7%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가맹점 연간 평균 매출액은 2억79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업체들이 악화한 수익을 상쇄하기 위해 치킨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매출이 떨어지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 반발이 커져 결국 매출이 또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죠.

교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을 겪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8억6157만9109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4% 감소한 수치입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모두 떨어졌죠. 매출은 1203억6085만4414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45억780만5126원으로 32.2% 감소했습니다.

잇따라 부진을 겪은 교촌은 올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섰는데요. 이 효과는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교촌도 냉랭한 소비자 반응을 의식한 건지 할인 이벤트에 나섰습니다. 교촌치킨은 최근 배달의민족에서 일부 인기 메뉴를 할인해 판매했는데요. 할인 금액은 3000원이라, 사실상 교촌의 인상 전 가격과 할인가가 동일한 셈입니다. 이에 할인의 목적이 ‘한시적 고객 달래기’라는 지적도 나왔죠. 이에 가격 인상 당시 나온 ‘불매 운동’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은 실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교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모두 전년 대비 하락을 기록했고, 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진다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교촌은 지난해 매출 기준 업계 1위 자리도 bhc에 뺏긴 바 있어, 냉담한 시장 반응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 성수점에 키친델리 대표 메뉴인 ‘생생치킨’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성수점에 키친델리 대표 메뉴인 ‘생생치킨’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소비자들, 대체품 찾아 나선다…직접 조리해 먹는 제품 ‘인기’

교촌치킨을 필두로 포문을 연 듯한 치킨값 인상 행렬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더 저렴한 치킨을 찾아 나서거나, 아예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냉동 치킨을 구매하는 등 대체 소비에 나서고 있죠.

이마트는 지난해 9월 9980원에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제품인 생생치킨을 선보였는데, 올해 1~4월 치킨류 매출이 전년 대비 171%나 올랐습니다. 부위별 치킨을 판매하는 편의점의 경우 3000~1만 원대에서도 치킨을 맛볼 수 있는데요. 닭 다리, 넓적다리 등 부위별 치킨을 구입할 수 있는 CU의 즉석조리 치킨도 같은 기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58.8% 늘었습니다.

냉동 치킨류에 눈길을 돌린 소비자도 다수입니다. 11일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에서 거래된 즉석 가공 및 냉동식품 판매량 조사 결과 프라이드치킨, 버팔로윙 등이 포함된 ‘뼈 포함 치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습니다. 에어 프라이어 등으로 조리할 수 있는 냉동 ‘순살 치킨’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68% 늘었죠. 다나와 관계자는 “최근 치킨값 인상으로 냉동 치킨, 튀김 등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고 짚었습니다.

식품 업체들도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치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소바바치킨(소스 바른 바삭한 치킨) 소이허니맛 3종을 출시했고, 버팔로윙으로 유명한 사세는 홈치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기업체 간 거래(B2B) 중심 사업에서 지난해부터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 나섰습니다. 사세는 지난해 9월 ‘바삭하닭 통살홈치킨’을 출시하고 가정식 냉동 치킨 시장에 집중하면서 주요 판매처 홈플러스에서 지난해 매출이 187% 성장한 바 있습니다. 4월에는 사세버팔로 신제품인 윙봉 갈비맛·허니맛을 출시해 품목을 다양화했죠.

이 같은 가정간편식(HMR) 치킨은 배달 치킨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배달 치킨은 보통 2만 원대, 가격 인상 뒤 배달비까지 합칠 경우 3만 원에 달하는 가격을 자랑하지만,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 순살(375g)은 대형마트에서 7980원에 팔고 있고, 사세의 버팔로윙 갈비맛(600g)은 1만39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배달 치킨보다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 기술 발전으로 강화된 품질을 자랑하는 PB와 HMR 치킨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 그럼에도 가격 인상만을 실적 반등의 카드로 여기는 듯한 일부 치킨 업체들의 결정은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데요. “원가가 올랐으니 가격 인상은 필연적인 것”이라는 호소보다는, 추가 가치를 부여해 가격 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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