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싱가포르엔 곡물기업 ‘올람’이 있다

입력 2023-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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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식량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세계의 주요 곡창지역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화(戰禍)와 러시아의 흑해 봉쇄 카드 활용, 기후변화 영향으로 국제 곡물 시세는 급변하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 곡물 자급률과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식량안보지수(GFSI)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작년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외부 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안보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영농 환경의 개선과 해외에서의 조달 안정을 골자로 한 이 방안의 주요과제 중 하나에 민간 기업의 해외 공급망 확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의 글로벌 곡물기업인 올람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의 성장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세계 빅4 농업기업과 어깨 견줘

국제 곡물 조달시장은 ABCD(아처대니얼스, 번기, 카길, 드레퓌스)로 불리는 빅4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매출 54조 원을 기록하며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는 올람은 1989년 나이지리아의 캐슈넛 농가들의 해외 수출을 담당한 것으로 시작해 세계 각지에 생산, 가공 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 최대 농업기업 중 하나다.

올람은 1989년 인도계 섬유회사 케왈람 찬라이 그룹(Kewalram Chanrai Group)이 나이지리아에 설립한 무역회사다. 탈냉전이 가시화돼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 1990)가 대두되던 시점에 아프리카 천연자원 가격의 폭락으로 달러화 확보가 필요했던 나이지리아에서 설립된 올람은 당시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가 아닌 비경쟁 품목인 농작물의 수출을 맡았다. 초창기 올람은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등 서사하라 지역 국가의 캐슈넛, 커피, 면화 등 품목을 취급하며 판매 지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때 낙후된 영농환경에 있던 농부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친농민적 커뮤니티를 구축한 것이 올람의 주요 전략이었다.

ABCD가 취급하지 않는 ‘틈새작물’과 ‘틈새 원산지’ 공략에 성공한 올람은 그후 동남아로 생산지를 확대해 나가며, 견과, 커피, 면화, 고추, 고무류를 취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1996년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하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최대 주주로 등극하며 2005년에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했다.

또한 일본 종합상사인 미쓰비시가 2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올람은 주 생산지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동남아, 남미 지역까지 생산망을 확장하고 세계 주요 농산물 소비 기업과 공급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해오고 있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지만 올람의 경영 원칙인 지속가능한 농업을 재구상(Re-imagine)한다는 것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특히, 아동 노동 등을 철저히 배제하는 원칙(Olam code of conduct)은 올람이 질좋고, 우수한 원물을 지속가능하게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농민의 모집, 농민 정보의 획득, 바이어와의 매칭 등이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2022년, 올람은 페루의 유기농 퀴노아 농민 50%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여, “지속가능한 소싱”의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올람은 단순히 원물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ofi(Olam Food Ingredient)라는 계열사를 통해 원물을 가공해 공급하는 비즈니스도 전개하고 있다. 올람 그룹의 물동량 중 8.4%를 담당하는 ofi는 매출의 30%, 이익의 46%를 올리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현재 ofi는 전 세계 코코아 1위, 커피 2위, 견과류 1위, 고추류 1위 공급 업체이며, 2021년 계열 분리 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추진 중이다.

ofi를 분리시킨 올람그룹은 2022년 3월, 원물 무역 법인인 올람아그로(Olam Agro)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유 투자회사 SALIC(Saudi Arabia Livestock Investment Corporation)로부터 1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대표적 식량 수급 취약 지역인 중동지역 공략에 나섰다.

식량안보 취약한 한국에 ‘방향타’

나이지리아에서 시작한 올람은 30년을 투자해 다양한 원산지를 확보했고 원산지별로 농민의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안정적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원물 공급뿐만 아니라 가공품 사업으로 곡물과 식량의 수직, 수평적 계열화를 달성해 생산과 유통 밸류체인의 전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람의 최대 주주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임을 감안한다면 올람의 글로벌 농업에 대한 접근은 싱가포르의 식량안보와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팜모닝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팜모닝서비스는 국내 90만 이상의 농민이 활용하는 농민들의 최대 디지털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한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론칭을 준비 중이다. 전세계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해 식량생산과 유통에 있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한다. 식량 안보는 단순히 해외 식량기지를 취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과 유통 단계에 대한 데이터 확보를 통해 전 밸류체인의 원활한 흐름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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