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담긴 미국의 분명한 목표

입력 2023-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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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전기자동차(EV)의 세액공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의 50%를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해야 하며, 중요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40%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부품은 2029년에 100%, 광물은 2027년에 80%까지 올라간다. 배터리 부품의 원산지 충족 인증은 4단계 프로세스를 거치며, 중요 광물의 원산지 인증은 3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검증한다. 두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은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리고 부품은 2024년부터, 광물은 2025년부터 조달 과정에 중국 등 특정 우려 국가 또는 기관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예상보다는 완화된 지침이지만, 부품과 광물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짧은 시간 내에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고 복잡해 보인다. 당장 미국만 보더라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리튬, 니켈 및 코발트와 같은 광물에 대한 채굴 또는 처리 능력이 거의 없다. 또한 배터리 주요 부품인 음극재와 양극재의 미국 생산 비중은 5% 미만이다. 그리고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20개 국가 중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의 주요 공급 국가는 칠레와 호주 정도뿐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유럽과 일본은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급한 대로 동맹국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주 일본과 광물협정을 체결했으며, 유럽과도 유사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지침은 4월 18일에 발효되며, 자동차 제조업체는 새로운 원산지 요구 사항에 대한 충족 여부를 인증하는 정보를 발효일 전에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당국은 수정된 적격 차량 목록과 각 차량이 받는 공제 금액을 게시하고, 이 목록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 새로운 원산지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차량의 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지침 전까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 전기차 모델은 21개였지만, 전문가들은 그 숫자가 5~6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즉 현재 7500달러 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는 다수의 차량이 새로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달 18일 발표되는 목록에서 이들 모델의 공제액이 절반 또는 전액 삭감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지침으로 많은 전기차가 세액공제 자격을 얻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가까운 장래에 미국 도로 위에 전기자동차의 수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되는 부품과 광물의 원산지 충족 요건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자동차 수를 제한한다. 이는 결국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구매에 관심이 있지만 재정 지원이 필요한 소비자는 원하는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지 않는다. 결국은 시간이 관건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 때문에 만들어낸 복잡한 원산지 요구 사항과 비율이 오히려 미국의 전기차 제조 기반 확충과 공급망 구축 목표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이 미국의 공급망과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향후 적격 모델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고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가 공장과 공급망을 미국 또는 북미 국가로 이전하고, 자유무역협정과 광물협정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더 많은 전기차가 공제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공장을 미국 또는 북미 국가로 이전하는 자동차 회사의 발표가 쏟아졌다. 백악관과 재무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담긴 미국 내 최종 생산 조항으로 인해 법안 통과 후 약 450억 달러 상당의 새로운 전기차 제조 투자가 발표되었다. 다만 이러한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에 발표한 세부 지침은 IRA 법안의 여러 제약을 충족하면서, 현재 시장 상황과 산업환경을 반영한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 친환경 차량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배터리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세부 지침에 담긴 규정들은 곧 발효될 예정이지만 최종적인 규정은 아니다. 관보 게시를 통해 60일간의 의견 청취를 거친 후 일부 수정될 여지는 남아 있다. 이번 지침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전기차 공급 확대와 중국 의존도 축소 사이에서 더 좋은 정책 방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 차량이 모든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만들려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도 흔들림 없이 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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