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수 늘어나면 과점 해소될까

입력 2023-03-21 16:33 수정 2023-03-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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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손희정 기자
▲금융부 손희정 기자
“삼성 통장에 큰 돈을 맡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금융권 관계자에게 은행업 확장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아무리 많은 은행이 생겨도 큰 돈은 결국 대형은행에 맡길 것이라는 얘기다.

단순히 은행 수를 늘리는 것으로 은행의 과점을 깰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의 출범은 화려했다. 한국 금융을 휘저을 ‘메기’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 점유율은 5대 은행과 경쟁조차 안 된다.

한동안 잠잠하던 ‘은행 수 늘리기’가 다시 화두다. 금리 인상기를 틈타 성과급·퇴직금 등 ‘돈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어 과점 체제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소수 은행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과도한 이자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업 인가 문턱을 낮춰 신규 플레이어를 진입시키는 것을 논의 중이다. 현재 단일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낮춰 도소매 전문은행,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은행들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 범위를 쪼갠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특화은행의 한계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인가기준 완화로 소규모 전문은행이 많아지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위험이 있다. SVB 사태처럼 소비자가 하루 아침에 돈을 못 받는 지경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 해도 소규모 특화은행이 기존 5대 은행과의 경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주요 시중은행의 자기자본 규모는 25조 원이 넘는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기존 은행과 경쟁하려면 삼성그룹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해야 하는데 이는 곧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이슈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소비자가 느낀 은행에 대한 분노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모두가 힘든 와중에 ‘돈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은행 수를 늘리는 제도 개편보다 각종 금융 범죄와 제도권 밖 사금융 대출로 인해 피해를 겪는 소비자들을 살피는 일이 먼저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보다 취약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가 높을 때 겪는 소비자들의 고통을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2금융권에 조달 금리 부담을 낮춰 금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세워야 한다. 은행 과점문제는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 제도가 대형 은행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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