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과거와 달라진 3가지 이유

입력 2023-03-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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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요에 집착하던 미국경제, 공급 불안에 흔들려
인플레 너무 높아, 실업률 올라도 긴축 불가피
대신 금융불황은 오지 않아 경기침체 피하는 중
SVB·실버게이트 파산 변수로 작용할 수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몇 년간 미국 경제는 전문가들을 수차례 당황하게 했다.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더니 기준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고 최근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과거와 현재 미국 경제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경제가 이상해졌다”며 과거와 달라진 점 3가지를 꼽았다.

수요만큼이나 중요해진 공급

수십 년에 걸친 경제성장의 실현 여부는 노동력과 자본, 기술 등에 의해 발현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율을 예측할 때 공급 요인은 대부분 무시하는 대신 수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된 건 2007~2009년 발생한 금융위기와 관련 깊다. 당시 은행과 가계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출과 차입을 억제했다. 그 결과 ‘제로(0)’ 금리에도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은 낮게 집계됐다. 수요 파급력에 놀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후 공급보다 이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후 상황은 바뀐다. 각국 봉쇄로 인해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것. 공장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떠나면서 산업생산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금과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는 수요가 주도했던 과거 경기침체기보다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경기순환에 있어 공급은 수요만큼 중요해졌다고 WSJ는 짚었다.

선 넘은 인플레이션율

미국 경제가 이상해진 또 다른 이유로 WSJ는 적정 수준을 넘어선 인플레이션율을 꼽았다.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불러 질타했다. 올해 실업률이 3.4%에서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게 지적의 이유였다. 연준이 지난 25년간 실업률 상승 시 금리를 낮추거나 적어도 인상을 멈췄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8일 의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8일 의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연준이 실업률에 따라 금리 정책을 바꿨던 지난 수십 년은 인플레이션율이 1~3%에서 움직이던 때였다. 반면 지금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4~5% 사이를 오가면서 목표치인 2%와는 동떨어진 상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수요 둔화와 실업률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강력하게 나올수록 연준엔 나쁜 소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일련의 불안감에도 경기침체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이 역시 과거와 다른 점이다. 현재로선 금융불황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침체도 오지 않은 것이라고 WSJ는 짚었다.

실제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엔 금융혁신과 규제 완화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취약해졌고 그 결과 자산버블 붕괴가 일어났다. 1999~2000년 연준이 긴축에 나섰을 땐 통신과 IT 기업이 무너진 이른바 닷컴버블이 있었고, 2004~2006년엔 주택시장 위기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었다.

반면 지금은 아직 이 같은 금융 관련 붕괴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금융스트레스지수는 과거 경기침체 때 급등했다가 지금은 보합세를 보인다. 주식이나 부동산 평가액도 2000년이나 2006년과 같은 극단적인 수준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환경 역시 코로나19 이후 제공된 경기부양책 덕분에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실버게이트와 SVB 파산이다. 여파에 스테이블 코인이 1달러 아래서 거래되고 SVB 파산 직후 3거래일 동안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1%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뉴욕주가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면서 은행가엔 연쇄적 파산 조짐도 보인다.

다만 WSJ는 “파산한 은행들의 사업 규모는 비교적 작고 다른 경제·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은 거의 없다”며 “물론 금융시스템 내에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터지기 전까지 연준은 금리라는 수단에만 의존해 임무를 마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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