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SVB 파산, 국내 피해 방지에 만전을

입력 2023-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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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시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SVB는 1982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설립돼 자산 규모 2090억 달러로 성장한 미 16위 은행이다. 미 서부의 스타트업에 돈줄 역할을 해 왔다. SVB는 예금 부족으로 미 국채 위주의 매도가능증권(AFS)을 매각했고, 그 과정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한 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 파산의 수렁에 빠졌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사태 이후 미 역사상 두 번째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SVB는 지난해 미국 증시의 테크·의료벤처기업 44%가량에 자금을 공급했다. 영국 캐나다 중국 인도 등지에도 진출했다. 이번 파산이 미 서부의 지역 문제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미 정부와 월가는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2008년 금융 위기 등의 경험으로 미루어 방심은 금물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연준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같은 선택을 했다. 10년 넘게 계속된 세계적인 초저금리 현상으로 과잉 유동성 폐단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 등의 고금리 선택이 조기에 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저금리에 장기간 노출됐던 시장에 가해지는 고금리 압박은 필연적으로 자산가격에 큰 타격을 가하고 때론 연쇄적인 금융사고를 낳게 마련이다. SVB 사태에서 그런 이치를 새삼 곱씹게 된다. 이번 파산에 일차적으로 작용한 것은 AFS 매각 손실이지만 뱅크런(대규모 인출) 위험이 급속히 커진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서브프라임 투자가 화근이었지만 이번엔 저금리에 기대어 어설프게 영업 규모를 키워왔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금융사가 도처에서 신뢰 위기, 뱅크런 위험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SVB 파산결정 전날 미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가 뱅크런 우려에 밀려 청산을 결정한 것도 유념할 일이다.

SVB 파산은 일과성 사건이 아니라 광산의 카나리아일 개연성이 많다. 우선은 SVB 파고가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들지 않도록 피해 방지 혹은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미 SVB에 자금이 묶인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들이 제법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당국은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실질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문제를 비롯한 국내의 약한 고리도 돌아볼 일이다. 금융 재난은 전염성이 크다는 사실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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