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동주의 펀드, 제2의 엘리엇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3-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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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지분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한다. 최근에는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과 활동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개설됐다.

행동주의 펀드가 ‘찍으면’ 주가는 고공 행진한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로 번진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에도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의 역할이 지대했다. 얼라인은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종료를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에스엠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 가까이 폭등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는 태광산업과 BYC, KCGI가 지분을 매입한 오스템임플란트도 마찬가지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들 기업에 주주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어김없이 주가가 올랐다.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기도 한다. KT&G에 인적분할, 배당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이에 화답해 주가가 상승하는 건 얼핏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도 찜찜함은 가시질 않는다.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지피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챙겨 훌쩍 떠나버렸던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떠올라서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공격했던 엘리엇, SK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소버린이 대표적이다.

주주가치를 앞세운 과도한 요구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던 한 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틀린 근거를 내세워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가는 오르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반론을 내기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진짜 목표가 ‘행동주의’일지 ‘펀드’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이것저것 요구하다가도, 차익을 챙겨 엑시트(투자 회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엘리엇, 소버린의 악몽을 지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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