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료계, 수정 요구 빗발

입력 2023-03-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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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아닌 전향적 해결방법 찾아야

▲대한병원협회이 주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선방안 좌담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대한병원협회이 주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선방안 좌담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라는 비전으로 만들어진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을 두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명칭 변경하는 것과 함께 확대 지정하는 것은 지역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지난달 28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응급의료 개편방안 좌담회’에서 이러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행사에서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응급의료기본계획을 짤 때) 응급의료를 잘 하고 있는 기관은 더 잘하게 하고, 주어진 인력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찬반의견이 있지만, 의료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응급의료기본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은 “100% 모든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만들어 낸 나라가 없다. 최대한 노력하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 “현재 응급의료체계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 취약지 문제가 발생한다. 규제로 해결할 게 아니라 전향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 전문의가 3000명 내외다. 코로나 시기에만 70명의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이탈했다”며 “현장에서 이탈을 최소화하고 나이든 사람도 오래도록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필수다.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와 더 의사소통을 통해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는 “응급의료전달체계는 균형이 너무 중요하다. 응급의료만 혼자 나갈 수 없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8곳 생긴다. 지역의 의료인력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응급실 방문환자 대부분이 70~80대”라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환자 상태가 조금만 안 좋아져도 대학병원 권역센터 응급실로 오게 된다. 때문에 급성기 환자가 입원하기 어렵다. 노인 환자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낮은 응급의료기금과 행정체계 지원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필수의료인력 문제도 시급하다. 유희철 대한병원협회 기획위원장(전북대병원장)은 “필수의료과에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다. 이들이 전문의가 돼도 그 직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응급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제반 여건, 경제력 보전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 임금의 1.5~2배는 줘야 유인하고 잔류시킬 수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의사들에게 좀 더 많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수가 얘기도 안 할 수 없다”며 “응급환자, 중환자 진료는 수가가 보전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 운영에도 좋지 않다. 120% 수가가 보전되는 과를 활성화시켜 여기에서 남는 여유분으로 돌려막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속된 얘기로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이다.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돈이 필요한 곳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막겠다는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별기관 명칭의 변경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달라져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진식 중소병원협회 부회장(세종병원 이사장)은 “제일 큰 문제는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며 권역센터, 지역센터, 응급의료기관이라 불리던 명칭을 바꾸면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맡게 될 역할과 지금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에 따라 의료기관 운영이 많이 달라져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또한 중증의료기관센터를 증설한다고 했는데, 결국 이는 대형병원의 과밀화를 불러올 것”이라면서 “추가 지정해도 지금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가 겪는 건 자원의 비효율이 아니다. 자원의 절대적 부족이다. 센터 증설은 절대 부족의 문제를 빈익빈부익부로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부회장은 “이런 대책보다는 현재 치료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심혈관, 수지접합 등 전문병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들은 단과병원 특성상 지역응급의료체계에 포함되지 않고 이송조차 어렵다. 이러한 자원 활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김은영 복지부 응급의료과 과장은 “2월 8일 공청회에서 요약본으로 말하다 보니 세부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대형병원 쏠림, 과밀화 문제는 응급실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누구나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접근성이 장점인데, 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과장은 “모두가 중증, 응급환자라고 생각하는데 국민 인식 전환,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응급실 예비병상, 당직의사에 대하 보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응급의료에 최종치료라는 개념을 담다 보니 혼란이 생긴 것 같다. 구체적인 방향은 계속 논의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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