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반도체산업의 구조와 ‘파운드리’ 국가경쟁력 제고: 제안

입력 2023-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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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연초 국내 한 신문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위상과 한계에 대한 기획기사를 7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반도체는 웨이퍼(소재)를 장비를 사용해 가공하여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중간재 산업이다.

제품은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 차량용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된다. 공정별로 소재기업, 장비기업, 팹리스(설계) 및 독자적으로 최종생산까지 하는 메모리기업(삼성, 하이닉스 등)과 팹리스로부터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기업(TSMC, 삼성 등)이 있고, 여기서 생산한 반도체를 최종제품인 각종 전자기기에 맞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개별 반도체를 묶고 형태를 조정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후공정(패키징)기업이 있다.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는 반도체 산업은 최초 기술개발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고,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전략적 제휴에 성공한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계속 선두기업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해외로 바로 전이할 수 있고, 첨단기술 개발과 공정을 담당한 고급인력을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글로벌 산업(global industry)이다.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 되고, 대만의 경우(수출의 3분의 1 차지) ‘반도체 방패’(Silicon Shield)로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방위산업으로 인식하여 지원하고 있는 것은 국가전략산업으로서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재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에 집중되어 있고, 2015년 이후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파운드리 산업은 대만의 TSMC가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GPT,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까지 메모리 분야 선두를 차지하다 몰락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기상황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메모리와 달리 공급선을 대체하기 어렵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 수요자인 최종 전자기기 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공정 수율과 고객사의 주문에 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요구한다. 여기서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설계자산(IP)은 핵심 경쟁력 결정요인이 된다. TSMC는 탄탄한 가치사슬동맹(VCA) 구축을 통하여 이러한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성공하였다.

종합전자기업으로서 삼성은 애플, 인텔 등 주요 수요기업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전략적 제휴의 상대로서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신뢰를 얻기 어렵고 무슨 문제만 터지면 이를 구실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과반을 석권하고 있는 TSMC(2022년 3분기 기준 TSMC 56.1%, 삼성 15.5%)는 위탁생산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삼성의 주요 고객이었던 기업을 새로운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다. 2010년까지 삼성에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두뇌반도체)를 전량 주문하던 애플이 삼성과 스마트폰 특허소송이 터지자 주문물량을 TSMC로 이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파운드리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전례와 경쟁력 결정요인들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 규모가 큰 반도체는 분야별 특화기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산업이다. 이것이 수요기업의 우려를 불식하고, 또 한 분야에 전념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삼성이 TSMC를 이기려면 기술력 확보와 장기적인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하여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파운드리 분야를 분사하여 상장기업으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예전에 삼성이 방산 분야를 한화그룹에 양보하여 특화기업으로서의 성과를 낸 사례를 참고하여, 이제 반도체 산업 분야별 전문기업을 만들기 위한 기업 간 ‘빅딜’ 또한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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