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퍼주더니 결국 회생절차…‘보고’가 ‘머지’ 사태보다 우려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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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출신이 만든 ‘초특가 할인’ 플랫폼 보고의 운영사 보고플레이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회생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보고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출신이 만든 ‘초특가 할인’ 플랫폼 보고의 운영사 보고플레이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회생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보고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보고(VOGO)’를 운영하는 보고플레이가 회생절차를밟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출신이 만든 쇼핑 플랫폼이란 타이틀을 안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질주했지만, 결국 3년 만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짧은 시간에 몸집을 불리게 한 최저가 전략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고객들은 ‘제2 머지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주문이 취소됐다는 인증글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불안한 건 입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결제 대금까지 묶이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사태’가 ‘머지사태’보다 더 우려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출신이 만든 보고플레이, 설립 3년 만에 회생절차

보고플레이는 고객 공지를 통해 “현재 기사화되고 있는 내용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라며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에 있으며, 추후 공지를 통해 다시 안내하겠다”라고 18일 밝혔다.

보고플레이는 삼성전자 출신 류승태 대표이사가 2019년 세운 회사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Lab’으로 시작해 1년 만에 독립했다.

202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하는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2기’에 선정되며 예비 유니콘으로 떠올랐고, 지난해에는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11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보고플레이에 ‘기회’였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창립 당시 500억 원이던 보고플레이의 거래액은 지난해 2300억 원을 찍었다. 3년 새 4배 넘게 불은 것이다.

온라인 유통 전쟁에서 보고플레이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최저가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할인 쿠폰과 페이백 혜택을 쏟아내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 전략은 보고플레이에 부메랑이 됐다. 고객 확보를 위해 마진(중간 이윤)을 줄인 상황에서 고금리로 인해 투자가 꽉 막히다 보니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보고플레이는 2020년 23억58만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결국 류 사장은 입점 업체들에 이메일을 보내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공지했다. 그는 “현재의 투자 상황과 시장 상황에 따른 매출 추이를 볼 때 저희 독자적인 힘으로는 더 이상 단시간 안에 개선이 어려움을 직시하게 됐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고플레이의 운영 정지 사태는 앞서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연합뉴스)
▲보고플레이의 운영 정지 사태는 앞서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연합뉴스)

‘환불 대란’ 머지 사태 악몽 재현

보고플레이 운영 중단 사태는 ‘머지포인트’ 사태를 연상케 한다. ‘머지사태’는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던 포인트의 환불 및 판매 중단을 일컫는다. 머지포인트는 제휴업체에서 자사 포인트로 결제할 경우 20%의 할인 혜택을 줬다. 예를 들어 1만 원 사용가치를 가진 머지포인트(1만 포인트)를 8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브랜드와 제휴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21년 8월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이었으며, 매월 300억~4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는 금융감독원이 상품권 발행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게 문제였다.

머지플러스는 즉각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발행한 상품권의 사용처도 대폭 축소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환불(이른바 머지런)을 요구하며 본사에서 시위도 벌였다. 상황을 모르고 있던 일부 가맹점들도 고객들의 ‘포인트 털기’에 손해를 입기도 했다. 쏟아지는 환불 요구에 결국 머지플러스는 백기를 들었다. ‘돌려막기식’ 사업 모델이 문제였다.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을 통한 회사 자금 빼돌리기도 자행되고 있었다. 사태가 벌어진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지난해 10월 권남희 대표와 그의 동생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각각 징역 4년, 8년을 선고했다. 또 권 CSO에게는 7억1000여만 원, 권 대표에게는 53억3000만 원의 추징금 명령도 내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보고플레이 측에 남품 대금 2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업체가 글을 올렸다.(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보고플레이 측에 남품 대금 2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업체가 글을 올렸다.(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보고 입점 업체들 “정산 못 받을까봐 우려”

머지 사태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를 사놨다가, 미처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액은 사용자 1인당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수 백만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결제 중단사태 당시 동시접속자 수를 기초로 본 적극 사용자 추정치(20만 명)에 1인당 피해액을 10만 원 정도 평균으로 보면, 이용자들의 피해 총액은 2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머지 사태 피해는 일반 사용자들의 10만 원 내외의 비교적 소액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보고 사태에선 협력업체가 적지 않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드러났다. 보고플레이의 경영위기설은 지난 연말부터 나돌았다.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보고플레이 다니시는 분 계신가요(디폴트 예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보고플레이에 입점해 판매하는 협력사인데, 보고플레이 측에서 대금 지급 1개월 유보 공문을 보내왔다”라며 “5월에 110억 원 투자받은 거 다 쓰고 10월 프로모션 비용 과다 사용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협력사 정산 대금으로 레버리지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산 못 받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물려있는 금액은 2억 원, 제2의 ‘오늘회’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라고 호소했다.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는 지난해 9월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오늘회 운영사인 오늘식탁 측은 당시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추가 유치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을 겪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보고플레이의 협력사들도 납품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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