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없는 메리츠운용…‘존리 키즈’ 지우기에 뒤숭숭

입력 2023-01-11 08:32 수정 2023-0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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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타워
▲메리츠 타워
지난해 존 리 전 대표가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지며 떠난 뒤 메리츠자산운용(이하 메리츠운용)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메리츠운용이 존 리 전 대표와 함께 펀드를 운용하던 이른바 ‘존리 키즈’ 운용인력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한 가운데 펀드 운용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운용에 펀드를 묶어둔 투자자들은 운용 부실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총 18차례에 걸쳐 펀드 투자설명서 기재정정을 공시했다. 정정 내용은 메리츠운용이 운용 중인 23개 펀드에 대한 기존 책임운용역인 박정임 전 주식운용팀장을 삭제하고 김홍석 CIO(최고투자책임자)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메리츠운용에서 운용 중인 펀드의 규모는 적지 않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메리츠운용이 운용하는 공모펀드(운용설정액 10억 원 이상 펀드 대상)는 총 124개, 운용설정액은 1조6457억 원이다. 이 중 박 전 팀장이 운용하던 펀드는 존 리 전 대표가 만든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2625억 원)을 비롯해 최대 5000억 원 규모다. 메리츠운용 전체 펀드의 3분의 1가량이 몰려있는 자금이다.

구체적으로 메리츠운용의 시그니처펀드인 △메리츠샐러리맨(2239억 원) △메리츠코리아스몰캡(992억 원)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793억 원) 등의 운용역이 일제히 박 전 팀장에서 김 CIO로 변경됐다. 김 CIO는 존리 전 대표의 사임 후 지난해 9월 메리츠운용에 합류한 인물이다.

문제는 이같은 교체 과정에서 박 전 팀장의 퇴사가 경영진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혹이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박 전 팀장의 운용 능력, 수익률과는 별개로 존 리 전 대표의 뒤를 이어 합류한 메리츠운용 운영진과 껄끄러운 관계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박 전 팀장은 지난 2019년 2월 존리 전 대표의 추천으로 메리츠운용에 합류해 대표적 ‘존리키즈’로 불리는 인물이다.

박 전 팀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채널에 “신뢰를 알기에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고객을 위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다. 그러나 메리츠자산운용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했고, 이에 더이상 펀드 운용을 할 수 없게 됐다”라며 “온오프라인 교육 등을 통해 곧 만나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메리츠운용 내 일각에서는 운용역 교체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메리츠운용 관계자는 “작년 9월 초에 김 CIO가 새로 왔을 때부터 박 전 팀장이 맡고 있던 펀드 중 일부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라며 “그중 일부는 박 전 팀장이 4년 가까이 맡아온 펀드로, 운용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급작스럽게 바꾸려던 점이 의아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 팀장이 운용했던 펀드는 모두 ‘액티브 펀드’로 변동성은 있지만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경험많은 펀드매니저가 지닌 운용철학과 원칙에 의해 장기간 운용되는 경향이 있다. 급작스런 운용인력 교체가 향후 메리츠운용 펀드의 운용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2018년 한국연구재단(KCI)의 ‘펀드매니저 교체가 펀드의 성과, 위험, 자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교체 이후 수익률이 부진했던 NP펀드(Negative Performance)는 성과가 개선되지만, PP펀드(Positive Performance)는 성과가 저조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투자자들은 성과가 우수한 펀드에서 펀드매니저 교체가 발생할 경우 투자지속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운용 측은 이와 관련해 “펀드매니저 운용역 교체는 각 운용사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슈가 아니다”라며 “박 팀장의 퇴사는 회사 내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구체적인 퇴직 사유는 개인 신상에 문제가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운용역 교체가 메리츠운용 펀드 성과와 관련해 우려할만한 부분도 없다고 판단했다.메리츠운용 측은 “김 CIO는 과거 메리츠 펀드가 최고 수익률을 낼 때 함께 있던 분으로, 이번 교체로 오히려 펀드 수익률이나 성과는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CIO는 앞서 2013년에도 메리츠운용 대표이사로 발탁돼 8년 가까이 몸담은 바 있다.

한편 전날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강성부펀드(KCGI)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CGI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사명 공모와 공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운용 측은 매각 후 운용 내 조직이나 인력적인 부분에서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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