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어두운 2023년 한국경제, 구조개혁의 길은

입력 2022-12-13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 경제의 급격한 위기 징후는 누그러졌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물가와 환율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화되었지만, 공급 애로와 수요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2% 수준으로의 복귀는 언제일지 알기 어렵다. 다행히 원화의 대미 환율은 1500원을 향해 치솟다가 안정되어 13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환경이 악화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고 있어, 외국인투자자가 변심하는 경우 환율은 다시 오를 수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마음을 바꾼다.

내년부터는 물가·환율보다 중요한 것이 경기침체일 것이다. 경기침체의 분명한 요인으로는 가계부채 과잉으로 인한 소비 위축,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수출 둔화, 이에 따른 투자 부진 등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한국은행은 얼마 전에 2023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였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위험 요인이 현재화되면서 경기를 심하게 압박할 것이다. 더욱이 대응할 정책수단도 충분치 못하다. 재정정책은 전 정부와 달리 균형을 추구하고 있어 부문 간 조정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정책은 과거와 같은 저금리 정책은 물가와 미국과의 금리 역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다 2023년에는 추가적인 불확실성도 많아 경기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잠시 수습된 듯 보이는 자금시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의 부실화 등으로 비은행 금융기관과 건설사부터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또한 일부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도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이다. 남북문제와 중국의 정정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은 개선될 수도 있지만, 한국 경제에 나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큰 듯하다. 이와 관련 일부 투자은행은 한국의 2023년 성장률을 1%대 초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 실제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내후년인 2024년에도 성장세가 회복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는 지나봐야 분명해지겠지만 1%대의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1%대의 성장 추세가 계속되다, 머지않아 0%대의 진짜 저성장기로 진입할 것이다. 이는 성장능력을 결정하는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 모두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의해 촉발된 타의에 의한 개혁이 끝나고, 이후에는 제대로 된 경제개혁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성격이 전혀 다른 박근혜·문재인 두 정부의 경제정책은 비슷했다. 즉 추경 등 확대재정과 저금리 정책에 주로 의존하면서 경제구조 개혁은 없었다는 것이다. 확대재정은 경쟁력 강화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기업과 사람을 늘리기 쉽다. 저금리는 생산적 투자보다 빚내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하는 사람만 늘린 듯하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재정은 균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운영하고, 저금리는 물가와 미국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있다. 저금리에 익숙했던 경제 주체의 투자와 자산구조가 새로운 금리 수준에 맞추어 재조정되고 있다. 조금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구조 개혁은 없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기업가, 노동자, 농민, 정책당국자 등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정책당국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들이 열심히 해도 경제 구조와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면 성과는 적다. 한국은 1970~80년대의 경제 제도가 많은 부분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조세와 금융,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의료와 사회복지 노동 분야 등에서 경제발전 단계에 맞춘 개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개혁은 기득권자의 이익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나서지 않으려 한다. 구체적인 개혁 과제를 짚어 보자.

조세개혁은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과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 등 소득세제를 개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세정의 확립과 부족한 세수 기반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금융개혁은 지방은행 신협 등 소형 금융기관 신설을 통해 금융 접근성 확대와 괜찮은 일자리 창출 등 국민 경제에 더 기여하는 금융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은 신규 공무원의 채용 확대와 직무급 도입을 동시에 시행하여 일자리 창출과 노동개혁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의사 정원 확대와 과보호된 업무영역을 풀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의료서비스도 확충해야 한다. 부동산은 자금이 생산적 투자·금융자산 투자·부동산 투자 순으로 흐르도록 부동산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다른 분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외에도 개혁과제는 많다.

이러한 개혁들이 이루어져야 성장동력이 회복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이 쉬워져 인구도 늘어난다. 한국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경제성과가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국힙원탑' 민희진의 기자회견, 그 후 [해시태그]
  • [유하영의 금융TMI]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된 ‘정책금융’…부동산PF에도 통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번엔 독일행…글로벌 경영 박차
  • ‘이재명 입’에 달렸다...성공보다 실패 많았던 영수회담
  • ‘기후동행카드’ 청년 할인 대상 ‘만 19~39세’로 확대
  • "고구마에도 선이 있다"…'눈물의 여왕' 시청자들 분노 폭발
  • 투자자들, 전 세계 중앙은행 금리 인하 연기에 베팅
  • 잠자던 '구하라법', 숨통 트이나…유류분 제도 47년 만에 일부 '위헌'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045,000
    • +0.51%
    • 이더리움
    • 4,738,000
    • +3.99%
    • 비트코인 캐시
    • 686,500
    • +0.81%
    • 리플
    • 743
    • -0.27%
    • 솔라나
    • 203,500
    • +1.85%
    • 에이다
    • 671
    • +1.51%
    • 이오스
    • 1,157
    • -0.69%
    • 트론
    • 172
    • -0.58%
    • 스텔라루멘
    • 163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150
    • +0.68%
    • 체인링크
    • 20,150
    • +0.45%
    • 샌드박스
    • 658
    • +2.1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