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광화문광장의 두 얼굴

입력 2022-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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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의 낮과 밤은 확연히 달랐다.

2일 오후 9시쯤 영하권 한파에도 광화문광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는 이날 자정 거리응원을 하기 위해서다. 붉은악마 머리띠와 태극기 등 응원용품 뿐아니라 담요, 목도리, 장갑 등을 챙긴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대기했다. 거리 응원이 시작되자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 속에서 후반전이 끝날 무렵 역전골이 터지자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하며 소리 질렀다.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마자 시민들은 "16강이다"를 외쳤다.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 편의점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핫팩, 커피, 돗자리 등이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은 16강전까지 4차례 열렸지만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주최 측인 붉은악마와 경찰, 소방, 서울시 등이 합심해 철저한 인파 관리 대책을 세운 덕분이다. 여기에 시민들도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거리를 유지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순차적으로 귀가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요일인 3일 낮,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세종대로와 주변 도로 일부를 점거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쳤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시청역 쪽에서는 진보성향 단체인 촛불전환행동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었다.

광화문광장이 재개장된 이후 인근에서는 주말마다 집회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니 광화문광장을 찾는 게 부담스럽다고 한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도 죽을 맛이다. 집회 때문에 시민들이 찾지 않으니 주말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집회가 계속되니 시민들이 근처로 오지 않고 교통도 막혀 배달도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새벽 거리응원 화합의 장이었던 광화문광장이 낮에는 대립과 갈등의 장소가 된 것이다. 상반된 이념 집회가 열리는 것이 안타깝지만 집회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리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고 고성 등으로 주변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집회·시위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이를 보장하되 국민 생활권도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렇기에 집회·시위가 시민의 생활에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 광화문광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민주주의는 인성으로 완성된다.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심이 필요하다. 피해 보는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했던 내 이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광화문광장이 도심 속 진정한 시민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집회·시위 문화가 성숙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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