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이론, 현실, 정책

입력 2022-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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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특임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학은 ‘욕망에 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때 배분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경제적 결정, 즉 소비, 투자, 분배 등의 모든 것이 포함된 개념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학은 쉽게 말해 경제적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해도 된다. 아울러 이를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경제학은 현실에 토대를 둔 학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치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들은 모두 현실을 설명하는 측면이 강하며 문학 등 인문학과 구별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학은 연구 대상이 수량화, 계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론적 토대가 매우 현실적이고 결론도 수학적 엄밀성을 요구한다.

이렇게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하는 속성 때문에 경제학 이론의 발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현실에 대한 설명력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상을 좀 더 잘 설명하는 것이 새로운 이론이 되고, 그것이 이전의 이론들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이 행하는 현실에 대한 설명은 엄밀한 논리적(또는 수학적) 검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논리적 검증이 있어야 경제적 현상을 설명하는 ‘주장’이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 엄밀성을 갖췄음에도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그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 여러 전제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이 이론이 상정하는 것만큼 논리적 ‘구조’ 속에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주변환경이 완전히 갖추어지고 통제 가능한 실험실에서 도출되는 과학적 결론 같은 것이 경제이론이므로 실험실 환경에 변화를 주면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경제이론의 현실 적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정책은 어떠한가? 정책은 당연히 ‘더 현실적’이어야 하는데, 이는 정책이 이론보다 ‘덜 논리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론의 적용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이론은 잘 짜여진 구조하에서 명확한 논리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을 추구하는 반면 정책은 수시로 변하는 현실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때 이론의 세계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임기응변식 대처, 창조적인 응용 및 변용 같은 것들이 요구된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칼럼의 제목인 ‘약팽소선’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란 작은 생선을 굽는 바와 같이 세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노자의 시대에 나라 다스리는 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심하고 신중하다는 것은 정책의 타이밍을 잘 맞추고 그 집행의 정도와 속도를 잘 정하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금리인상 같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 이론에서 이미 잘 밝혀져 있다. 다만 이론에서 확실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금리를 인상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정책의 영역이며 유능한 정책 담당자는 이것을 잘 하는 사람인 것이다.

필자가 가끔 드는 예이지만 정책담당자는 축구경기에서 링커가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링커는 경기의 흐름을 읽고 공격과 수비의 시점을 잘 정하며, 공격 시점에는 가장 득점을 잘 할 수 있는 선수에게 공을 배급하고 수비할 때는 적의 공격수를 잘 막아내는 움직임을 지시해야 한다. 물론 일반적인 전략 전술은 장외에 있는 감독이 짜는 것이지만 경기장 내에서 매순간 벌어지는 변화에 대처하여 좋은 경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링커의 역할이다. 전략에 해당하는 이론을 받아서 현실이라는 경기에 적용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책담당자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정책은 이론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이론을 잘 적용해 풀어내는 것이다. 이 점을 정책담당자들은 물론 정책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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