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렌즈] ‘파산의 늪’ 빠진 위험천만 코인 대출 플랫폼들

입력 2022-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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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계 5위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사태가 업계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FTX가 최근 인수한 코인 대출플랫폼 블록파이는 고객들의 자산 인출을 중단하며 파산설이 나돌고 있고, FTX에 자금이 묶인 코인 대출 기업 제네시스도 파산을 모면하기 자금 조달을 물색 중이다.

제네시스의 모기업은 초대형 가상자산 벤처 캐피털 디지털커런스그룹(DCG)으로 위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국내 거래소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자산 운용을 맡고 있는데, 이번 여파로 고파이 고객들의 자산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

도미노 파산 우려 확산

올해 5월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루나 사태의 후폭풍이 거셀 때 FTX는 구세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FTX는 선물·마진 서비스로 단숨에 최상위권으로 성장한 거래소로 도약했다. 워낙 돈을 잘 벌었기에 부실 코인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회생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FTX의 대부분의 자금 원천이 현금이나 안정적인 자산이 아니라 자체 발행코인 FTT라는 것이 밝혀지며, 예상보다 자금력이 좋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위험을 감지한 FTX 초기 투자자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FTT 코인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하면서 FTT의 가격은 추락했다.

FTX가 인수한 기업들의 연쇄 파산 위기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다. FTX에 인수된 후 자금을 빌려줬던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고객 예금 인출을 중단하고 잠재적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X 산하로 편입됐던 대부업체 보이저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9월 FTX는 보이저 디지털을 14억2200만 달러(약 1조8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가상자산 투자 헤지펀드 갈루아 캐피털도 FTX에 4000만∼5000만 달러(약 529억∼662억 원) 상당의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 트레이딩도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2300억 원)의 자금이 묶였고, 제네시스에 고객 자산을 위탁 운영하던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도 대출 서비스의 고객 자산 인출을 잠정 중단했다.

▲고팍스가 운영하는 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홈페이지 캡처
▲고팍스가 운영하는 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홈페이지 캡처

부실 코인 담보로 우량 코인 대출

FTX의 몰락은 가상자산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사업을 하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대출 업체의 비상식적 담보 설정은 코인 업계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대출 업체의 사업구조는 고객들로부터 가상자산을 수탁받아 다른 고객에게 대출하는 방식이다. 은행의 예대 마진과 같은 구조다. 주로 개인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기업 고객이 운용한다.

탄생한 지 수백 년이 지난 은행은 자산의 검증과 담보 비율 설정, 대출 상한선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고, 국제결제은행(BIS)가 표준을 제시하며 위험 요소를 낮추도록 권장한다.

은행도 자체 위험관리팀을 두고 있고, 나라별로 금융당국이 철저히 감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검사를 해도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마당에 코인업계의 대출 구조는 허점투성이다.

FTX 사태에선 FTT의 코인의 담보 가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코인 시장 대출 기업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빌린다. 그 대가로 다소 인기가 떨어지는 코인들을 담보로 한다. 문제는 FTT같은 자체 코인들의 담보 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FTX와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동일 창업자)는 스스로가 발행과 유통 모두를 통제하는 FTT코인을 담보로 다른 자산을 대출받았다.

담보물인 FTT의 가격이 무너지며 △담보 청산 △시장 매물 출현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가속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블록파이는 관계사인 알라메다에 FTT코인을 담보로 대출해줬고, 상환 연장 특혜까지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얽히고 설킨 코인업계 자산들

루나부터 FTX까지 일련의 파산 도미노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광범위하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루나가 무너진 후 전체 시장이 약세장이 펼쳐졌고, 무리하게 담보 대출을 일으켰던 FTX와 알라메다 사태까지 이어졌다.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의 시스템 리스크는 시한폭탄이다. 전통 금융시장에선 정부나 세계 금융기관이 개입해 시스템 리스크를 막거나 예방할 수 있지만, 예치와 대출, 청산 등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디파이 세계에선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다.

이런 디파이 구조와 가상자산 시장에 성행했던 고레버리지 투자가 합쳐져 사상 초유의 몰락이 펼쳐졌다.

게리 겐슬러 미국 SEC 위원장은 미국 CNBC 경제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FTX를 파괴한 세 가지 키워드를 꼽으면 다량의 고객 자금, 비공개, 레버리지 등이 있다”며 “FTX와 FTT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전기충격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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