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발주 막혔어요”…‘일회용품 규제’ 첫날, 고객·알바생 모두 ‘혼란’ [가보니]

입력 2022-11-24 17:00 수정 2022-11-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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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중소형 마트 등 점주도 직원도 “혼란스러워”

▲24일 서울 한 개인 마트에 ‘일회용 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24일 서울 한 개인 마트에 ‘일회용 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아침에 출근하니 봉투 발주가 막혔어요.”

24일 서울 소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는 40대 여성 A 씨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며 재활용 봉투 등을 사기를 권유했다. 손님이 “어차피 계도 기간 아니냐”라면서 혼란스러워하자 A 씨는 “지금만 드리는 거다”라면서 슬쩍 편의점용 검은 봉투를 내밀었다.

A 씨는 “이건 그냥 드리는 거다. 나중엔 못 준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알아듣게 설명하면 그렇구나, 하는데 노인분들이 문제다. ‘유도리’있게 하라고 되레 호통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호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31일 개정·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중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확대 규정이 시작된 첫날, 현장 편의점, 중소형 마트에 곳곳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가 급작스레 ‘참여형 계도기간’을 1년 동안 운영하기로 하면서다.

단속이 1년 뒤로 미뤄지면서 점포별 사업체가 대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으로 나뉘며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점주, 소비자들도 덩달아 혼란에 빠졌다.

서울의 한 중소형 마트 사장 B 씨도 결제하려는 고객에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주며 장거리를 담았다. 계산대에는 “11월 24일부터 비닐봉지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재사용 종량제 봉투 또는 장바구니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B 씨는 “원래 쓰레기봉투나 종이봉투를 써야 하는데, 1년 뒤로 미뤄졌다. 괜찮다”라고 멋쩍어했다.

▲24일 서울 한 편의점에 ‘일회용 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24일 서울 한 편의점에 ‘일회용 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또 다른 편의점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20대 아르바이트생 C 씨는 계산대 위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한 아름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 C 씨는 “오늘부터 일회용 봉투 판매가 전혀 안 된다”라면서 “우리 편의점은 종량제 봉투만 가능해서 지금 정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단속 시기가 1년 뒤로 미뤄지면서 주요 편의점 업체가 내세우는 일회용품 운영 방식도 제각각이다. 일회용 봉투 판매에 대해 지침을 변경하는 데엔 일치하지만, 나무젓가락, 빨대, 외부 테라스 등 용품 카테고리와 취식 장소에 따라 운영 방침이 자율적이다.

가령 GS리테일의 경우 이번 환경부 지침으로 일회용 봉투 대신 △종이봉투 △부직포 장바구니 △종량제 봉투를 운영 중이고 생분해성 봉투는 2024년 말까지 사용할 수 있어지면서 일부 점포에서는 혼용 운영이 허용된다.

▲24일 서울 한 편의점 곳곳에 비치된 나무젓가락.  (김혜지 기자 heyji@)
▲24일 서울 한 편의점 곳곳에 비치된 나무젓가락. (김혜지 기자 heyji@)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의 운영 지침은 일회용품별로 더 세밀하다. GET커피, 베이커리 피자, 튀김, 고구마 등에 나무젓가락은 고객에 제공하는 게 허용되지만, GET커피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만 가능하다. 점포 내에서 취식할 시 오뎅, 떡볶이의 경우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앓는 소리’도 높다.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D 씨는 “그러잖아도 고객들이랑 가장 많이 싸우는 지점이 비닐봉지인데 점포별로 젓가락, 커피 등 운영지침이 달라 벌써부터 고객과 싸우는 상상이 들면서 무섭다”라면서 “종이 빨대 같은 건 호불호도 심한데 빨대로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을 게 뻔해서 스트레스”라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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