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바뀐 아시아…밀 소비량 급증에 글로벌 식량안보 ‘위태’

입력 2022-11-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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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 소비량, 10년새 34% 급증
쌀 소비량 증가폭 14% 크게 웃돌아
면이나 빵 선호하는 등 식습관 변화 영향
우크라 전쟁에 밀 공급망 변화...각국 밀 대체 수입 골머리

▲인도 잠무 외곽에서 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잠무(인도)/AP뉴시스
▲인도 잠무 외곽에서 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잠무(인도)/AP뉴시스
아시아 지역의 밀 소비 급증이 글로벌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농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 지역의 밀 소비량이 최근 10년 사이 34% 급증한 약 3억3700만 톤(지난해 기준)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쌀 소비 증가 폭인 14%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

소비량이 가장 많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아시아의 밀 소비는 10년 새 35% 증가한 1억8900만 톤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아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밀로 만든 식품 선호도가 커지면서 밀 소비량이 쌀에 근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밀 소비량이 10년 새 두 배가 된 필리핀만 봐도 햄버거나 스파게티 등 밀을 주성분으로 한 메뉴 선호도가 급증했고, 쌀국수로 유명한 베트남에서도 쌀국수 대신 라면 선호도가 커지면서 밀 소비량이 두 배 증가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의 즉석라면 소비량은 85억6500만 개로 일본을 50% 웃돈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밀 소비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식량안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 세계 주요 밀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하면서 이 두 국가에 대한 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식량 위기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쌀과 달리 밀은 고온 다습한 동남아시아에서 재배가 어려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자재이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2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방글라데시는 15%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우크라이나와 4자 합의를 통해 흑해로 지나가는 곡물 수출을 보장한다는 협정을 맺었으나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자국 흑해함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달 3일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 합의를 다시 이행하겠다고 하며 곡물 수출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7월에 곡물 수출과 관련해 맺은 4자 합의는 이달 중순 만료될 예정인데 갱신될지도 미지수다.

아시아 밀 소비 확대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 전체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 조달처 확보에 발을 동동 굴렀고 자연스럽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체할 밀 수입처로 인도가 주목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4월 “세계에 곡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자국 내 수급 불안정 우려가 나오자 5월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밀 수입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무역 차단을 통한 국제사회의 러시아 압박 공조도 손발을 맞추기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선진국인 일본은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하지 못하는 물량을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서방에 비해 저렴한 러시아산 밀 수입을 거부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예가 방글라데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약 50만 톤 물량의 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들어온 물량만 5만2500톤에 달한다.

일본도 식량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즈키 노부히로 도쿄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자국 내 곡물 증산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해상 수송이 막혀 수입이 어려워지면 아무리 방위비를 늘려도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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