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월호 참사와 피자, 이태원 참사와 풍산개

입력 2022-11-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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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2014년 4월 29일 다이빙벨 바지선(알파)에 탑승했다. 다이빙벨은 종 모양 철제구조물에 공기를 가둔 인공 에어포켓이다. 수중에서 잠수사들에게 휴식을 제공해 잠수시간을 늘려준다. 실종자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로 현장에 투입됐다.

알파 바지선은 민·관·군 합동 구조대가 탑승해 있던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바지선(리베로호)과 접안했다. 이후 해양경찰은 알파 바지선과 리베로호에 피자·치킨을 가져다줬다. 알파 바지선에선 실종자 가족들과 민간잠수사들, 기자들이 모여 피자를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목에 ‘구조 대신 피자?’란 문구가 포함된 기사가 한 온라인 극우매체에 게재됐다. 각도상 리베로호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첨부됐다. 현장 분위기는 격앙됐다. ‘덫에 걸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해당 사진은 리베로호 잠수사가 촬영해 넘긴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후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던 이달 6일과 7일 한 유력 언론사에서 연달아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더불어민주당 외곽조직이 참가자를 동원했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2마리와 새끼 1마리를 파양한단 내용이었다. 출처는 ‘정부’다. 야권에선 ‘함정론’이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8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고 협의 완료한 시행령 마련을 윤석열 정부의 누군가가 막고, 문 전 대통령의 불가피한 반납을 기다렸다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만들었다는 게 내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세월호 참사의 ‘피자 제공’과 이태원 참사의 ‘풍산개 시행령 미개정’이 일부의 주장처럼 함정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논란이 터진 뒤 상황은 똑같다. ‘정부 책임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의 ‘추잡함’으로 희석됐다. 차이라고 한다면, 세월호 때 ‘피자 논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번졌지만, ‘풍산개 논쟁’은 여당의 실세들이 주도하고 있단 점이다. 일부 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낸다. 향후 상황도 과거와 같다면, 앞으론 ‘야권의 이태원 참사 정치적 이용’, ‘유족의 과도한 요구’ 등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애초 정부 책임론의 시발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당국자 등의 실언이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당일 브리핑 전 웃는 모습이 영상에 찍혀 논란이 됐다. 이후에는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게 논란거리가 되자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고 옹호하다 비판받았다. 이태원 참사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뱉은 농담이 문제가 돼 사과까지 했다.

무엇보다 사태를 책임지는 방법이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경청을 해체했다. 관료 출신인 행안부·교육부 장관을 경질했지만, ‘친박’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수습을 명문으로 유임했다. 지금은 경찰청·소방청이 ‘독박’을 쓰는 모습이다. ‘친윤’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수습을 이유로 유임이 유력해지고 있다.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정부·여당의 말이 신뢰를 얻으려면 현재가 달라져야 한다. 아직은 바꿀 수 있는 현재가 남아있다. 논점 흐리기보단 진정성으로 대응하고, 책임을 명확히 따지면 된다.

보다 중요한 건 후자다.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 이원종 당시 서울시장(관선)은 사고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내려놨다. 2013년 그(당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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