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술가의 절규 들리나요...'안나, 차이코프스키'

입력 2022-09-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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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차이코프스키' 공연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오차드씨앤씨)
▲'안나, 차이코프스키' 공연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오차드씨앤씨)
“당신과 나, 우리 둘 다 시대를 선택하지 못해요. 그냥 하루하루를 견디는 거예요.”

19세기 제국 러시아, 자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온 문학잡지 편집장 안나는 전쟁을 선전하는 곡을 써온 작곡가 세자르에게 체념 섞인 위로를 건넨다.

지난 3일부터 정식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의 한 장면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제국 러시아를 배경으로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와 그 동료 예술가들인 안나, 세자르, 알료사 등이 겪는 고뇌와 비애를 다룬다.

‘푸쉬킨 동상앞에서’ 넘버로 시작해 한 마음으로 러시아 문학을 찬미하던 주인공들은 ‘겨울날의 환상’, ‘비애’ 등의 중반부 넘버를 거치며 전쟁의 가혹함 앞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이념 앞에서 순수성을 잃게 된 예술가들은 도망치거나 절규한다.

27일 서울 종로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을 소개한 허강녕 과수원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인생과 그와 관계 맺고 있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고자 했다”고 제작 배경을 전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실존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일부 상상의 에피소드를 덧댄 창작 뮤지컬이다. 과수원뮤지컬컴퍼니가 2018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이어 선보이는 작품이다.

극 중 차이코프스키 역을 연기한 박규원은 “작품 속 차이코프스키는 알료샤가 떠난 슬픈 현실을 견딜 수 없어서 수도원으로 깊게 숨어버린 유약하고 안쓰러운 인물”이라고 설명하면서 “안나를 만나 변화하고 치료받는 과정을 차근차근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27일 서울 종로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안나, 차이코프스키' 프레스콜의 한 장면.  (박꽃 기자 pgot@)
▲27일 서울 종로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안나, 차이코프스키' 프레스콜의 한 장면. (박꽃 기자 pgot@)

대학로 뮤지컬로서는 흔치 않은 9인조 오케스트라도 만나볼 수 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과 오페라 ‘오네긴’이 연주된다.

다만 굵직한 사건이나 갈등보다는 등장인물의 성향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둬 서사의 굴곡이 밋밋하고 약하게 느껴지는 감도 있다.

황두수 연출은 "차가운 시대를 살며 각자 다른 신념과 절망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돼주며 한 시대를 겪어나가는 힐링극"이라고 연출 취지를 설명했다.

세자르 역을 맡은 테이는 “황 연출님이 우리 작품을 두고 ‘평양냉면 같다’고 하더라”면서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을 들여 끓여낸 음식에서 그 밋밋함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공연도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도 마음속에 자극이 남는 작품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차이코프스키 역에 에녹, 김경수, 박규원, 안나 역에 김소향, 최수진, 최서연, 세자르 역에 임병근, 테이, 안재영, 알료샤 역에 김지온, 정재환, 김리현이 출연한다.

‘안나, 차이코프스키’, 8세 이상 관람 가능, 러닝타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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