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SG 경영의 중추, 위험과 기회

입력 2022-09-07 14:06 수정 2022-09-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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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전편에서 새로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의 키워드를 재무화와 실질화로 정의했다. 한마디로, ESG는 결국 ‘돈이나 효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 조금 거칠게 얘기하면, ESG가 현찰이 되어가고 있으니 직접 행동해서 사회적 성과를 만들면 결국 재무적 효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즉, 환경 인증과 공급망 인권, 부패 방지처럼 실제 ESG 현장에서 강조하는 사항들을 깊이 받아들이고, 그 툴을 통해 걸러진 개선 요인들을 적극 실천해서, “더 신뢰받고, 상생하며, 멋지게, 잘 벌자”는 거다. 이 정도면 ESG는 단연코 경영의 필수 요소다. 그럼 ESG 경영의 중추는 무엇일까? 필자는 ‘ESG 위험과 기회’로 본다.

왜 위험과 기회일까? 현재 대신경제연구소에서 상장사, 비상장사, 공급망, 인수합병(M&A) 실사용으로 실무상 사용하고 있는 ESG 평가지표만 해도 300개가 넘고, 전 세계적으로 최소 8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용 이외에 ESG 적용의 다음 단계인 공공단체나 병원, 학교 ESG와 농업, 광산업, 음식료 등 산업별로 특화된 ESG 지표까지 고려한다면 몇천 개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ESG별로 각각 지표가 정렬되어 있고 하나의 등급으로 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복잡하다. 당 연구소의 경우 한 회사의 ESG를 평가하는데 206개 지표를 사용한다. 한 회사의 ESG 등급 개선을 위해 현실적으로 실무상 최소 국내와 해외 TOP2 평가사의 ESG 등급은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과연 우리 회사에 맞는 것인지와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이슈가 여전히 남는다.

‘단순화가 진보(Simplification is progress)’라 했던가. 여기 마법 같은 방법이 있다. 지속가능성을 ESG별로 각각 나누어 정의하듯, 같은 지표들이라도 해당 회사의 ESG 경영에 ‘중요한 사항(Materiality)’ 위주로, 보다 새롭고 간략하게 ‘재정의(Reframing & Redefinition)’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실제로 죽고 다치거나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문제나, 거버넌스나 환경 이슈 사고의 피해가 심각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큰 사항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문제인데 금액까지 큰 것을 ‘위험과 기회‘로 재분류(Reclassification)해 보는 것이다.

ESG 지표에는 법 규제 위반이나 관계당국 제재, 각종 환경오염이나 이해관계자와의 분쟁, 주주권익 침해 우려와 같이 오직 ESG 위험에만 관련된 지표들이 있다. 반대로, 친환경기술, 친환경 건물, 일하기 좋은 회사 인증처럼 ESG 기회에만 해당되는 지표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표는 내부통제, 정보보호, 생물 다양성 지표처럼 ‘잘하면 기회, 못하면 위험’이 되는 지표들이다. 지표 자체의 특성만 그런 것이 아니다. 똑같은 지표라도 경쟁사보다 더 나은 상황이면 기회, 못하면 위험이 된다. B2B 회사의 경우 협력사는 ESG가 좀 더 좋은 회사와 거래하여 공급망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B2C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새 건물 증후군’을 피하고 쾌적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조건이면 친환경 건축자재를 쓴 건물에 살고 싶고,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웰빙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이렇듯, 위험과 기회로 간소화된 ESG는 충분히 직관적이고, 실질적이고, 또 재무적이다.

UN PRI가 ESG 통합투자에서 소개한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자 시코모어 자산운용(Sycomore Asset Management)은 투자회사들의 주요 ESG 항목들을 위험과 기회로 분류하고 이를 등급화해 기업가치평가에 반영했다. 예컨대, 영국의 대형 식료품 마트인 Tesco는 책임거래의 글로벌 추진 계획, 지속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한 리스크 해결과 이사진의 투자자와의 대화를 기회 요인으로 보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실제 정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회계 부정 우려를 리스크 감점요인으로 평가하며 위험과 기회 합산 B등급을 매겼다.

프랑스 식품회사인 플로리 미숑(Fleury Michon)은 직원들의 결근 비율로 나타나는 건강안전 인프라의 취약성을 회사의 잠재적인 리스크로 평가했지만, 제품 품질과 신뢰 제고에 투입하는 엄청난 노력, 식품 공급망과 제품 라벨링을 통한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 점을 회사가치 상승의 기회 요인으로 보아 A등급을 부여하며 기업가치평가를 상향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 기업마다 고유의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몇 개의 항목들로 뽑아 기업가치까지 반영할 수 있었을까. 해당 회사를 담당하는 재무 애널리스트가 ESG 애널리스트와 협업을 잘했거나, 추가로 중요성 평가(Materiality Test)를 실시해 적용했을 것이다. 특히, 해외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들이 ESG 고도화를 추구할 경우 개별 기업의 ESG 평가에 중요성 평가를 반드시 포함한다. 소수의 기업만을 인수하여 경영하기 때문이다.

그럼 증권사나 투자은행처럼 많은 회사의 ESG를 수시로 평가해야 할 때에는 어떻게 할까? 같은 회사라도 주식 직접투자, IPO, 회사채, 부동산 PF 등으로 투자자산 종류 자체가 이미 다양하므로,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들처럼 많은 ESG 공통지표들을 갖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산별로 성격도 많이 차이가 난다. 이 역시 주요 ESG 위험 기회로 평가하면 된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방법론을 꼭 참조하기 바란다. 총 25개의 ESG 위험 기회 지표로 해당 투자를 평가하여 투자 심사에 반영한다.

ESG 위험과 기회는 기존의 나열형 지표보다 압축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재무적 성과와 직접 연계해서 ESG를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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