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중재판정부, 론스타-정부 쌍방 책임 인정

입력 2022-09-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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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론스타,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왼쪽부터)론스타,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론스타는 ‘먹고 튀었다’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 역시 부당하게 매각승인을 보류했다.”

6일 법무부가 공개한 론스타-정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요지서 일부다.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측이 청구한 금액의 약 4.6%밖에 인용하지 않아 사실상 우리 정부의 승소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판정요지서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확실히 명시했다.

주요 쟁점은 매각 지연에 고의성 여부

론스타 사건의 주요 핵심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 중 금융당국이 고의로 그 절차를 지연했냐는 점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 점을 알면서도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해줬다. 2003년 산업자본에는 그 어떤 예외도 승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은행법이 시행됐으나 금융당국이 이를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이후 론스타는 2007~2008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이 인가해주지 않아 실패했고, 2012년에 승인을 받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론스타는 이를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이 인가를 미루다가 HSBC와의 거래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악의’로 승인심사 보류했다고 판단

중재판정부는 3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다수인 2명은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Wait and See)하는 정책을 취했는데 이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행위는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인수 승인 심사에서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고려할 수 있고, 법령상 심사기간을 도과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인하 이후에는 가격인하를 성공한 것으로 축하하기도 했던 점을 거론했다.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이 사인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해서는 안되지만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각가격 인하를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또,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봤다. 결국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했는데, 이 역시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직접증거도 없고 국제법 위반도 아냐”

중재판정부 소수의견(1명)은 금융당국의 ‘가격인하 압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매각가격 인하압력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설령 있다 할지라도 이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수의견은 ‘가격 인하를 위한 암묵적 압력’이 금융당국에 귀속되는 행위로 봤지만, 소수의견은 이를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접증거는 하나금융과 금융위 측 증인들인데, 이들 역시 금융당국의 가격인하 개입을 부인했다.

이같은 의견을 토대로 중재판정부는 양측의 책임이 동등하다고 결론 내렸다. 론스타의 주가 조작 유죄 판결과 금융당국의 위법행위가 하나은행 매각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앞서 중재판정부는 8월 1일 하나금융에 대한 매각가격 인하에 론스타 측 50% 과실상계를 인정했다. 우리 정부에 인하된 매각 가격(4억30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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