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법원 "박정희 '긴급조치 9호' 국가가 배상해야"…기존 판결 뒤집어

입력 2022-08-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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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가 발령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민사상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국가배상책임이 없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합(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30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 A 씨 등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긴급조치 9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5월 13일 발동한 조치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A 씨 등은 1979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와 이에 근거한 수사·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긴급조치 9호 관련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라고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합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았거나 기소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며 7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2013년 9월 소송이 제기된 지 9년 만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강제수사,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해 현실화됐다고 봤다. 이 경우 긴급조치 9호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을 ‘전체적’으로 봐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봐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짚었다.

피해자인 긴급조치사람들 측은 "오늘 판결로 위헌인 긴급조치 9호로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의 길이 열리게 됐다"며 "대법원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배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긴급조치 9호 국가배상 청구소송 제기자들의 약 60%가 이미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배상받을 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해 대법원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 국회가 나서 재심특례법과 같은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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