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좋은 경기침체, 나쁜 경기침체, 이상한(?) 경기침체

입력 2022-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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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요즈음 경기침체라는 유령이 자본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미 경기침체가 도래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조만간 올 것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유령의 단초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미래에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하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2년물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그 결과 단기(2년물) 국채금리가 장기(10년물) 국채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데, 이를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자본시장에서 1년 내지 1년 6개월 전에 나타나는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유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 국채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는 현상이 거의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은 이러한 경기침체의 위험을 반영하여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분기 이상 연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을 말한다. 정상적인 경기침체는 유효수요가 부족하여 생산이나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실업은 증가하고 물가는 하락한다. 이러한 침체는 좋은 경기침체이다. 좋은 경기침체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처할 방법이 있고 역사적 경험도 있어 상대적으로 다루기가 좋은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다.

나쁜 경기침체란 경기가 침체되어 실업률이 증가하고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말한다. 정부는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경기부양 정책을 쓰자니 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유발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제 상황으로 대표적인 나쁜 경기침체이다.

이상한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매우 낮고 인플레이션은 매우 높은 상황으로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경제는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3.6%)을 기록하고 있고, 리조트와 공항에는 수많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으며, 기업은 필요한 근로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분기 연속 성장률이 감소한 나라치고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말하기에는 이상하다.

이상한 경기침체의 배경에는 연준이 있다. 그동안 연준은 평균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왔다. 불과 2년 전에만 해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였다. 하지만 초저금리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시장에서 비효율적으로 배분되었고, 급기야 주택시장, 주식시장, 암호화폐시장, 귀금속시장, 원자재시장 등 모든 자산시장에 거품을 끼게 하였다. 정부, 가계,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는 과도하게 저렴한 유동성에 취해 부채를 증가시켰다.

그러나 재정적 여력이 없는 가계와 부실한 기업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대출이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파산과 실업은 촌각을 다투며 예정되어 있는데, 금리를 내리지 않고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 따라서 이상한 경기침체는 침체의 초기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령과도 같다. 아직까지 미국 소비자는 소비지출을 조금씩 줄이고 있지만, 팬데믹 보조금으로 늘어난 저축으로 그다지 많이 줄이진 않고 있다. 실업은 아주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주로 주택과 자동차와 같이 금융산업에 의존하는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유령은 사라지고 금리 인상에 따른 과도한 부담만 가계와 기업에 남게 된다. 이상한 경기침체가 나쁜 경기침체로 변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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